올해 정부는 추곡 수매가를 동결하고 수매량을 축소했다. 이것은 정부가「농촌 살리겠다」는 방침과 어긋난다. 올 추곡 수매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결과를 핑계로 대는 모양인데 이것도 어불성설이다. 믿을 수 없는 문민정부이다. 농민들의 마음은 어느 해보다 허탈하고 착잡하다. 아예 포기한 상태이다. 문제는 이런 안타까운 농촌 현실에 대해서 아무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농촌의 문제는 도시의 문제가 아닌가? 농민들의 농사를 짓지 않으면 도시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이제부터 문제는 농촌이 아니라 각종 공해에 살 수밖에 없는 도시가 더 큰 문제이다.
그러나 여기 상주 상산국민학교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모여 가족잔치를 열었다. 나 역시 도시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 참가하였다. 함께 노래 부르고 각 공동체끼리 서로 인사하고 공동체 놀이를 통하여 우정을 다졌다. 올해 한 해 동안 공동체 정신을 실천한 사람, 도시 공동체, 농촌 공동체에게 감사의 뜻으로 먹을거리를 서로 나눈다. 소비자는 생산자에게,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소공동체 시상을 한다. 이것이야말로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두레정신」이 아닌가. 점심 밥상도 공동체적이다. 상주 회원들이 쇠고기 국밥을, 반찬은 각 지역 공동체별로, 떡은 쌍호에서 돼지고기는 풍양에서, 그리고 각 농촌 공동체 특산물을 나누어 먹었다.
생명의 공동체는 소비자 공동체인 대구 푸른평화, 안동, 영주, 점촌, 상주, 예천, 함창의 회원 수가 약 2천58명이고, 농촌 생산 공동체는 12개 공동체이며 회원 수는 74명이다. 적어도 74명이 도시 공동체 식구 2천58명을 먹여 살리는 셈이다. 농촌문제를 이런 방법으로 풀어가면 어떨까?
농촌 1농가가 도시 10가구만 먹여 살린다면 아무리 외세가 침입해도 끄떡없을 것이 아닌가? 서로 믿고 살고 나눈다. 먹을거리의 직거래가 아니라 더불어 살려고 하는 믿음의 직거래가 앞서야 한다. 최근에 도시 본당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농산물 바자는 좋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수익금이 아니라 도농이 더불어 살려고 하는「생명정신」이다.
왕실에서는 더덕, 옥산에서는 사과, 사벌에서는 쌀 사과 식초 물미에서는 쌀조청 감식초, 만리산에서는 쌀 참깨 야채, 솔티에서는 유정란 깨 콩나물, 오봉산에서는 쌀 감식초 두부, 풍양에서는 쌀 묵, 축동에서는 쌀 잡곡, 쌍호에서는 보리 마늘 양파 야채, 구천에서는 쌀 사과 고추, 안계에서는 참기름을 생산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진짜 무공해인가 하고 의심하지만 나는 변함없이 그들의「생공」정신을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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