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제만 나오면 우리는 꼭 신들린 사람들 같아진다. 좀 지나친 표현인 것 같기는 하지만 정신 나간 사람들 같아진다는 표현이 오히려 적절한 지도 모르겠다. 정부도 그렇고 정·재계 등등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똑같이 방방 뛰고 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을 사발도 아니고 동이 채로 마시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자신들인 것 같다.
이번에도 우리는 김치국부터 마셨다. 남북 경제 협력을 주제로 한 정부의 거창한 발표도 발표려니와 우리 경제인들은 기업의 규모가 크거나 작거나를 막론하고 이 발표 하나에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언론은 남북 경제 협력을 전제로 한 가시적 사업과 예상 추진과정을 상보, 한 술 더 뜨는 행보도 서슴치 않았다. 결국 남쪽의 제의나 제안은 일단 반대하고 보는 북한의 속성상 이번에도 역시 첫 반응은 무조건 반대였다.
물론 북쪽의 반대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현재 한국의 상황이나 국제 정세 속에서 보면 북쪽의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거나 자존심이 걸린 반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대를 예상했다는 대통령의 전망이나 결국은 돌아설 북쪽의 태도를 전제한 언론의 분석 그리고 경제계의 흥분 등은 예정된 진로를 따라가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보일 수도 있다.
때문에 이번 남북 경협문제와 관련, 또다시 드러낸 우리의 경솔함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경솔함의 대표 주자는 물론 정부다. 정부는 파트너와의 대화와 협의가 전제되지 않은 일방적 발표나 선언으로 우선 북의 자존심을 긁어 버렸다. 이미 우리는 북한과의 다각적 교류와 접촉을 알 만큼은 알고 있다. 따라서 남북 경협 추진은 바로 이 같은 우리의 이해를 토대로 준비하고 시작하는 것이 정석이어야 마땅한 일이다.
어차피 우리는 북한과 교류를 할 수밖에 없다. 선언적 의미나 홍보용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북쪽과 실질적인 경협을 필요로 하고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와 이해에 대한 정보 등이지 꽹과리와 피리가 결코 아니다. 정부의 경솔함과 더불어 걱정되는 것은 경제인들이다.
현재 경제인들의 흥분 상태를 보면 무질서하고 무계획적인 경제 질서 안에서 숙성한 경제 전략으로 남북간의 경협의 뿌리를 시작부터 뒤흔들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을 제대로 알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는 일이다. 더불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대북 경협을 조용히 시작하는 것이다. 진정 서로가 필요한 협력이라면 야단법석 요란 떨지 않아도 될 일은 될 수밖에 없다. 떡 줄 사람도 한 번 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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