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에서는 지난 1월 인천 시민회관에서 이틀동안 청소년들을 위한「바다의 별」축제를 개최하였다. 각 본당 중ㆍ고생들의 대표 팀들이 나와 사물놀이, 노래, 춤, 악기 연주 등 기량을 펼쳤고 교구 내의 다른 단체들도 찬조출연을 했다. 2천여 석의 시민회관을 넘치게 메운 십대들의 환성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우리 교회는 이 아이들이 이토록 좋아하고 갈망하는 축제의 장을 왜 그동안 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과 교사들, 그리고 인천 시내의 각계 인사들에게서도 좋은 호응을 얻었다. 행사를 지켜보며 그동안 청소년 문화에 대해서 말만 앞서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십대 문화에 대해 흔히 기성세대는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특히 요즘의 십대들의 모습은 방종이다 싶을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무책임하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체격은 어른스럽지만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은 너무나 나약하며 의존적이다. 개성이 강해 보이는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획일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해보이는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주장의 근거가 없고, 창조적인 듯하면서도 사실은 기성세대의 문화의 축소판처럼 그것을 답습하고 있다. 그들에겐 단지 반항심이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이중성과 모순됨이 청소년기의 심리적 특성이며 그들이 자기 정체성에 대한 대한 강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증거이다. 오늘의 청소년들이 자주적이지 못하고 책임감이 부족한 데에는 바로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을 들여다보면 금새 알 수 있다.
학생들과 어떤 약속을 잡으려 하면 국교생에서 고등학생까지 모두가 스케줄이 바쁘다. 그 이유는 한 학생이 학교 이외에도 학원이나 과외활동을 한 가지 이상씩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하루 일과 중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끼여들 여지가 없다. 이러한 교육 현실을 감안할 때 주일학교 교육은 그들에게 타성에 따라 참여하는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학원 가야 해요!」라는 거부할 수 없는 약속에 밀려 그나마 일 주일의 한 번인 주일학교마저 밀려나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라면 주일학교가 특별히 그들을 끌어들일 만한 그 무엇이 없다면 어떻게 손님을 모을 수 있겠는가!
「바다의 별」축제를 진행하면서 청소년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교리교육은 어떤 것이냐고. 고등학생일수록 그들 스스로의 자율적인 활동을 많이 원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다. 사실 교리교육이 아무리 좋은 환경과 첨단장비를 동원해 아이들을 매료시킨다 하더라도 초라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해보는 것 만큼의 신명은 별로 안 날지 모른다. 그만큼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시설적인 것보다도 그들을 한 번 믿어주는 것, 그래서 그들 스스로 부족하나마 뭔가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
미사에 참례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유럽의 성당에서는 신자들을 끌기 위해 성당에서 주로 음악회를 연다거나 청소년들을 위한 클럽활동 공간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 교회에서도 청소년들을 위한 소그룹 활동을 권장하고 그들이 보다 자율적이면서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면 그것처럼 바람직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어떤 본당의 경우 아이들이 성당에 와서 농구ㆍ축구 등의 활동을 전혀 못하게 하는 본당이 있다. 성당의 그 넓은 마당이 어른들의 일요미사 잠깐을 위해서는 주차장으로 기꺼이 활용되면서 왜 우리 청소년들을 위한 건전한 놀이 공간으로는 전혀 사용할 수가 없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것이 바로 사목자가 우선 버려야 할 기성세대로서의 편견이다. 사목자는 좀더 열린 가슴으로 아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주일학교 교육의 목적은 얼마나 교리를 잘 알고 있는가에 있지 않다. 사회는 이미 교회 수와 신자 수가 증가하는 것과 비례해서 사회 범죄, 가정 파괴, 환경오염, 사회적 불평등도 증가하고 있다.
즉 교회와 상관없이 세상은 빠른 속도로 오염되고 있다는 것이고 거기에서 종교는 거의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영화 「시스터 액트」를 보면서 그 영화가 가장 도시화, 산업화되어 있는 도시인 미국의 뉴욕을 배경으로 하면서 이미 도시인들에게는 관심 밖이 된 수녀 혹은 성직자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어떻게 흥행할 수 있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는 교회가 지닌 기존의 근엄함과 권위주의를 제발 벗어버리고 어서 빨리 이 척박해진 세상 속으로 들어와 달라는 호소였으며 그렇지 않으면 텅 빈 성당 안처럼 사람들의 배척을 당할 것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었다. 우리는 오늘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교회의 갈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청소년들에게 인간성 회복을 위한 인간교육, 공동체 교육, 자연 보호를 위한 환경교육이야말로 이 시대에 종교교육에서 가장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이것은 청소년들의 건전한「여가활동」을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특히 입시지옥,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여가란 거의 없다. 그리고 여가를 즐겨보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이 있어도 어떻게 놀지를 모른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교육은「여가교육」이다.
여가교육이란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계획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며 다양한 여가활동을 통해 자기 계발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습득하도록 이끈다. 여가활동은 클럽 혹은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며 그 예로는 환경반, 등산반, 사진반, 영상반, 연극반, 전통놀이반, 기타 다양한 스포츠 클럽활동을 들 수 있다. 아이들은 이러한 집단활동을 통해 그 안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배우고 스스로 책임지는 법을 배우며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교회가 청소년들을 위해 교회의 공간과 인적, 물적 자원들을 내어주어 청소년들의 즐거운 놀이 공간으로 활용된다면 교회에 청소년들이 찾아오지 않을 것에 대한 염려는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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