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2월 24일. 아기 예수 탄생하던 날 나의 영혼은 다시 태어났다. 더구나 약간의 떨림과 흥분된 어조로 훌륭히 제1독서를 마친 나는 나머지 내 인생을 예수님이 우리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혔듯이 나도 나에게 주어진 조그마한 십자가를 지며 살리라는 벅찬 마음으로 그 밤을 지새웠다.
며칠 후 신정이 돌아왔다. 나를 축하해주기 위해 해운대에 살고 있는 처남 식구들이 방문했다. 처남 부부는 모두 레지오 단장을 하였다. 또 인천에 살고 있는 동생도 찾아왔다. 제수씨는 영세를 받고 동생도 예비자 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다.
우리 집안에 천주교 신자는 처가 시집온 후 한 사람 한 사람 성당에 나가게 되었다. 그래서 처남 식구 5명 우리 식구 5명 아우 식구 5명 총 15명이 아파트에서 북적거렸다. 더구나 아이들이 비디오를 틀어놔 정신이 없을 정도로 시끌벅적거렸다. 처남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처남댁이 말을 꺼냈다.
『고모부 축하해요, 헌데 이 말을 해야 할지』하며 말꼬리를 흐리는 것이었다.
『무슨 말씀인데 그러세요?』
『은사 받는다는 것을 믿으세요?』
『글쎄 나로선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
『고모부의 육신 고통을 미리 예견했던 분이 계세요』
『뭐라고 하셨어요? 내가 이렇게 병을 얻을 것을 안 분이 계셨다구요? 그게 누구입니까? 그럼 왜 내게 미리 이야기해 주지 않았습니까? 그게 누구입니까? 나를 본 적이 있습니까?』동시다발적인 질문을 했다. 그와 동시에 뒷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고모부처럼 건강한 체격을 가진 분이 앞으로 다가올 육신의 불행을 믿겠습니까? 저의 대모님은 주님의 은사를 받은 분으로 고모부 일뿐만 아니라 불우한 사람을 돌봐주고 병든 사람을 치유하며 마귀가 들린 집에 가 마귀를 쫓아버리는 일을 하는 분입니다.』
시끄러운 주변환경 때문에 더이상 답을 요구하지 못하였다. 그 이후 나로선 종교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그분을 만나고 싶은 충동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 주 토요일 날 처남 집으로 전화를 하여 그분을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처남댁이 난감해 하며 연락을 해보겠다고 했다. 잠시 후 허락을 받고 단숨에 처남집으로 가서 기다렸다. 조금 있으려니까 초인종 소리와 함께 40대 부인이 들어섰다.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방금 전에 낮잠을 자고 있는데 꿈에서 고스마씨를 보았어요. 몸이 많이 괴로우시죠? 기도를 받으시죠. 나는 아무 것도 몰라요 성모님이 가르쳐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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