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받던 아내는『네네』하며 표정이 긴장됐다. 잠시 후 수화기를 건네주며 주임 신부님이라고 귀띔한다.「이 밤에 무슨 일로…」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시몬씨 축하합니다』라는 신부님의 반가운 음성이다. 가톨릭신문사에서 독서감상문 입상자들에게 보낸 상품과 상장이 도착했다며 내일 성당에 들리라신다.
전화를 끊고 나니 신부님께 죄송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요즘 몇 달간 성당에 나가지 못한 죄 때문이었다. 바쁘다는 핑계였지만 괜스레 스스로 느낀 자괴감 같은 것이기도 했다.
그렇잖아도 이번 토요일 특전미사에는 성사도 보고 미사를 올림 참이었는데….
다음날 미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다 보니 고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아이가 뒤에 서 있다. 제 에미가 가 보랬단다. 그래서 신부님의 방에 찾아가니 언제나 쾌활하게 웃으시는 신부님의 살가운 모습이 오늘 따라 나를 더욱 움츠리게 한다.
간단한 상장 전수식이 끝나고 차 대접을 받으면서 독서감상문의 내용을 말씀드리고 나니 신부님은 귀할 술 한 병까지 주셔서 너무 황송하기만 했다.
집에 와서 상품을 끌러보니 컴퓨터 디스켓과 도서류 10권이었다. 내가 감상문을 쓸 때 읽었던「눈 먼 벌치기」라는 책도 있고 추기경님의「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라는 책도 있다. 무엇보다도 값지고 귀한 선물이었다.
끝으로 가톨릭신문사와 심사를 맡으셨던 위원님 그리고 본당 신부님 원장 수녀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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