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방선교회 수련생 13명은 지난 6월 27일부터 8월 30일까지 두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대만과 파푸아뉴기니(P.N.G) 두 팀으로 나뉘어 수련의 일부 과정으로 해외 선교실습(Oversee Training Program)을 다녀왔다.
이것은 가까운 장래에 선교사로서 자신이 파견 나갈 곳에 미리 가봄으로써 불필요한 두려움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선교사로서의 자신의 성소와 정체성을 찾고 더욱더 공고히 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우리 수련생 13명은 대만의 신쭈(新竹)교구에 6명이.P.N.G의 마당(Ma-dang)교구에 7명이 파견되어 그곳 선교지에서 현지 사람들과 먹고 자고 함께 생활하였다.
본인은 본회(K.M.S: 한국외방선교회)의 신부님이 현재 사목하고 계신 마당교구 내 바나라(Banara)본당 (주임=김명동 신부), 울린간 (Ulingan)본당(주임=류종구 신부), 까르까르(kar-kar)섬의 따벨(Tabel)본당(주임=이상헌 신부)에서 세 분 신부님을 도와 이리저리 바삐 따라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바 있기에 이 글을 쓴다.
태어나서 30년이 넘은 이 시점에 김포공항에서 처음 비행기에 몸을 맡기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흥분 속에 만감이 교차하였다. 홍콩에서 약 6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P.N.G의 수도인 포트 모레즈비(Port More-sby)를 거쳐 우리들의 선교실습 목적지인 마당에 도착하니 본회 출신 김 신부님, 류 신부님 두 분 신부님과 마당교구 대주교님과 수사님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우리는 교구청에서 간단한 다과와 음료를 들며 잠시 쉬었다가 두 분 신부님이 사목하고 계신 본당 중 하나인 울린간본당으로 차를 타고 향하였다.
이곳 P.N.G에 와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해가 뜨자마자 따갑게 내려 쪼이는 더운 날씨와 길가에 마치 군인들 열병하듯 끝없이 늘어선 코코아 야자나무숲, 그리고 환상적이기까지 한 푸른 바다였다.
야자나무숲을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그곳 P.N.G 사람들이 오른손을 들어 인사말과 함께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들이 손을 들어 인사해 오는 것은 우리가 자기들과는 다른 사람(외국인)인 탓도 있었지만 어쨌든 이 인사 동작은 모르는 사람에게나 친한 사람에게나 자신을 열어 보이는 것이기에 좋은 느낌으로 와 닿았다.
우리는 선교실습 기간 2달 중 한 달은 우리 회 출신 세 분 신부님이 계신 본당에 2~3명씩 나뉘어 신부님 곁에서 신부님을 도와 주었으며 나머지 한 달은 본회 출신이 아닌 외국 신부님과 함께 생활하였다.
우리는 일정 중 첫 주는 바나라본당과 울린간본당에 각각 3명과 4명으로 나뉘어 이곳 P.N.G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인 Tolk pidgin English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주부터 각 본당에 2~3명씩 나뉘어 본격적인 사목 체험을 가졌는데 나는 다른 수련생 한 명 (토마스 형제)과 호주 출신의 교구 신부님이 사목하고 계시는 마당교구 내 조셉스탈 (Jo-sepstaal)본당에서 생활하였다.
우리의 선교실습 중에서 가장 힘들었으나 마음 속으로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느낀 것은 숲 속에 있는 공소 방문 (Bush Patrol) 이었다.
그곳의 신부님과 3주 동안 생활하면서 약 10개의 공소를 찾아갔을 때는 내가 진짜 선교사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공소 방문 첫날 제각기 자신의 짐을 등에 지고 5시간 정도 숲을 지나고 늪을 거치며 산을 넘고 하여 마을에 도착하니, 몸은 피곤했지만 그들의 따뜻한 환영에 기분이 더없이 상쾌했다.
공소에 도착해 마을 사람들이 떠다 준 한 바가지 물과 가져온 음식을 먹고 그들에게 먹는 것을 도와 달라고 요청하여 음식을 건네주었다. 그랬더니 그들은 반갑게 받아 맨손으로 맛있게 먹는 것이다.
이들이 먹는 음식은 과거 우리 농촌에서 먹던 감자와 비스한 얌(Yam)이라는 것과, 고구마 그리고 바나나류 코코아 열매의 국물이나 마을 주변에 흐르는 시냇물을 떠와 솥에 넣어 끓여 먹는다. P.N.G의 얌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의「만나」와 같이 생각되는 것으로 섬유질이 우리 것보다 훨씬 많다.
이 얌과 고구마, 바나나 등은 불에 구워 먹기도 하는데 그곳 아이들은 새벽에 일어나 팔뚝 만한 구운 얌을 물도 없이 한 개나 다 먹는다.
P.N.G에서는 대부분의 생활용수를 빗물이나 마을 주변에 흐르는 시냇물을 이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는 달리 오염되어 있지 않아 사용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그들은 부족한 물 탓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세심히 의식하지 않는 탓에 아무렇게나 옷을 걸치고 다닌다.
상하(常夏)의 나라로 건기와 우기만이 있기에 그들은 티셔츠 하나와 반바지나 긴 바지 한 벌로 다 헤져 더이상 걸칠 수 없을 정도까지 입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가난하여 옷을 새로 입기가 쉽지 않으며, 물이 부족한 탓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모습은 과거의 우리네 60년대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들은 배 고프면 얌이나 바나나 하나 먹고 놀다가 바다에 들어가 대충 씻고, 피곤하면 집 근처에 쓰러져 대충 잠을 청한다. 그들이 사는 집은 우리 농촌의 원두막처럼 땅 위에서 1m 이상 높이에 짓는데, 이것은 주위 숲 속의 곤총들이나 동물들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마을 전제가 전기가 없는 탓에 오후 7시부터 눈을 붙여 아침 6시까지 충분히 잠을 잤으나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지끈하고 기분이 개운하지 못했다. 그러나 첫날 이후 공소 방문 기간 내에 잠자리는 그런대로 익숙해져 문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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