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언짢게 대하는 불편한 얼굴에서 우선 그 원인을 생각하기 전에 수치심과 모욕을 느낀다. 그러나 마더 데레사 그분은 수천 명의 일그러진 나병환자의 얼굴에서 그리스도 수난이 재현됨을 느낀다고 한다.
질퍽거리는 시장 한 복판에 상체만 남은 몸뚱이를 헐어빠진 종이방석에 묶어 질질 끌며 귀에 걸린 하모니카를 불면서 행상하는 장애자를 볼 때 「어쩌면 저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불쌍하기도 하지」라고 잠시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발걸음은 그와 가까워질세라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그의 행동반경에서 떨어진 곳쯤을 찾아 피해 걷는다.
자신의 존재는 군중 속에 묻혀 지극히 평범하다 못해 하찮을 만큼 미약한 존재이면서도 단순히 개성을 위해 매순간 치장하기 바쁜데. 그분은 흰 무명 사리 한 벌과 벗은 발로 세계 곳곳을 다니지만 종교나 사상을 초월하여 그를 반갑게 맞아주며 그의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무엇이 그 모두를 가능하게 하느냐고 물으면 『기도를 통해서 그리스도와 일치를 체험하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은 아주 단순한 일』이라고 겸손하게 말씀하고 있다.
기도의 힘은 이렇게 큰 것이다. 하지만 나도 기도하고 있지 않은가? 반문해본다. 사랑을 실천했어야 옳았다.
그리스도의 삶을 실천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 가정 내 삶의 자리들을 과감히 버리고 수도의 생활을 하라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예수님의 산상설교 중 참된 행복 여덟 가지 말씀(마태오 5, 3~12)의 진정한 의미는 내게 어렵고도 어렵다. 늘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다. 그 말씀이 내게 영혼의 양식이 되면서, 가정 안에서 미소 띤 대화를 하고, 아픔을 나누고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것이 가슴 깊이 행복으로 체험되는 날. 그날이 그리스도의 삶을 실천하는 첫째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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