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바삐 돌아가는 퇴근길 안국동을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수녀님 한 분을 뵙고 그 분 얼굴에서 잔잔한 평화가 가득히 찬 미소를 보았다.
앉은 자리를 얼른 다른 사람에게 내주는 그 모습도 모습이지만 퇴근길에 피로한 우리들을 한순간에 평화로 이끈 그 수녀님의 미소는 나만이 아니라 우리 일행 모두에게 똑같은 감정을 불어넣어 주었다.
누구보다 인간적으로 진한 아픔을 아실 그 수녀님의 아픔은 무엇일까? 내면세계의 지식의 헤아림보다도 보는 이에게 단순간에 평화를 줄 수 있고 색깔있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 그 수녀님의 미소 빼어난 미모에서 오는 당혹감도 아니었고 고르지 못한 치열과 약간 작은 키에 예쁘지도 않은 그 얼굴에……
버스에서 내린 우리들은 한참 걸어가면서 말했다. 비교의 차이는, 있을망정 그림에서 나오는 모나리자의 미소는 한 작가의 예술성을 전제할 때에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 똑같은 인간의 대열에서 그 수녀님의 미소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평화가 담뿍 자리 잡은 몸에서만이 나올 수 있는 미소인 것이다.
저런 분의 기도가 있기에 그래도 이 혼탁한 세상에 아름다운 하늘을 쳐다볼 수 있고 우리들 귀가길을 풍성한 은혜 속에 기다릴 가족들이 있으려니 생각하니 버스차창 밖으로 남겨주시고 간 그 수녀님의 미소가 더욱 확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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