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돌아가는 형상을 보면 실로 안타깝고 답답하다. 소위 「레임 덕」 현상이 빚는 부작용과 잘못된 관행들은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익히 알고있다.
정치는 실종된지 오래이고 위정자들은 대권잡기와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 윗물이 흐려있으니 아랫물도 맑을리 없다. 공직사회가 소위 무책임·무소신·무기강의 3無 현상에 빠져 표류하고 있고 국민들 사이에 상호신뢰와 존중의 정신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감사원이 작년 7월부터 금년 6월까지 정부부처 및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감사결과 4천9백11건의 각종 위법·부당사항을 적발, 비위관련 공무원 등 1천4백69명을 인사 조치했다고 한다. 이 숫자는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건수는 13·5%, 비위공직자수는 51·9%나 증가했다는 통계이다. 이는 곧 정치가 부패할때 탐관오리가 득세한 지난날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하루속히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고 사람들간 믿음과 존경이 회복되어야할 때이다.
이 시점에서 또 하나 우리의 정신을 어지럽히고 있는 현상은 시한부 종말론자들의 못된 소행이다. 그들은 금년 10월 28일에 휴거가 일어난다고 선전하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2만명 이상의 추종자들을 규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이들의 허위선전에 속아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과 재산을 헌납하고 가정을 버리고 떠난 부녀자들이 부지기수라는 소문이다. 과연 이들을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그리고 10월 28일 휴거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 주창자들과 추종자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미 희생자 가족들이 협의회를 조직, 궐기대회도 가졌으며 이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해놓고 있는 상태이다. 차제에 관계당국은 사이비 종말론자들에 대해 종교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기만적이고 범법적인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경계와 단속을 강화함으로써 오대양사건과 같은 집단자살극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것이다.
무엇보다 이 종말론에 빠져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기성종교인들이며 그중에서도 가톨릭신자 출신이 적지않다는 소문은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한다. 그들만을 전적으로 나무랄수 없다는 사실이 오늘 우리 교회당국과 신앙인들 전부를 깊이 반성하게 한다.
9월 결실의 계절이자 순교자성월을 맞으면서 우리의 신앙자세를 한번 되돌아볼 때이다. 우리는 오로지 신앙 때문에 그토록 고귀한 생명을 초개처럼 내던진 순교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신앙의 후손들인가? 그들이 목숨바쳐 피로써 지키고 가꾸어 물려준 그 신앙을 우리는 오늘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고있는가?
오늘 우리에게는 신앙 때문에 순교하는 일은 없다. 그러기에 우리의 신앙은 점점 활기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순교자성월에 우리 각자의 믿음을 굳게하고 현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도와주시도록 선조순교자들께 청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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