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2일까지 가톨릭신문사가 주관한 제2차 중국성지순례 여행이 있었다. 중국의 성지와 명승고적, 백두산을 보고온 감동과 아쉬움을 경기도 안양시에 살고있는 김희숙씨가 기행문 형식으로 보내왔다. 이 글을 2회로 나누어 싣는다.
6월 30일 가톨릭신문사 주최로 출발하는 중국성지순례단은 예정대로 오전 9시 10분 김포공항을 이륙하여 1시간 40분만에 상해에 도착했다.
밖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노랑 빨강 파랑색의 우의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상해 거리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윤봉길 의사의 거사 현장 홍구공원은 촉촉히 비에 젖어 있었고 파란 잔디만이 깔려 있을뿐 그때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었다.
이곳쯤인가 저쪽쯤인가 알 수가 없다는 안내원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 당시의 피맺힌 절규가 들려 오는 것 같았다. 조그마한 비석 하나라도 그때의 흔적을 남겨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공원을 돌아서 나오는 마음은 아쉬움으로 무거웠다.
상해 임시정부 자리에는 중국말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여인이 있었다. 몇년전에 읽은 백범일지가 생각이 나서 마음이 숙연해졌다. 나라를 위해 가족도 멀리한채 일인을 피해 다니면서 조국광복을 위해 고생하셨던 그 현장을 보면서 민족의 아픔을 실감했다. 기념관을 짓는데 도움이 되고자 조그마한 성의를 표하고 버스에 오르니 친절하게 안내하던 여인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김대건 신부님이 서품을 받으셨던 김가항 성당에서는 우리를 인솔하신 신부님 집전으로 뜻깊은 미사를 드렸다. 그곳 노 신부님의 배려로 뜨거운 차와 과일까지 대접 받고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다음날 장춘을 거쳐서 우리 한족이 많이 살고 있는 연길에 도착하니 벌써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장백산 여관에 어렵게 숙소를 정하고 숨돌릴 사이도 없이 북한과의 국경도시 도문으로 떠났다. 우리의 산하와 다를것이 없는 평화로운 농촌풍경이 반가웠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녀의 모습이 눈에 새로웠다. 차안에서 안내자의 주의를 듣긴 했지만 막상 도문에 도착하여 바라본 우리의 땅 이북은 눈물없이는 바라볼수가 없었다. 생각보다는 강둑이 좁았던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큰 소리로 부르면 달려올것 같은 우리의 형제들이 가물가물 환상처럼 떠오르고 저녁 연기 피어오르는 포근한 풍경이 가슴을 저리게 했다. 붉은색으로 선을 그어놓은 삼엄한 국경에는 중국의 붉은 깃발이 눈에 설었다. 우리 일행중 한분은 어린시절 오고 갔던 길이라, 이곳 저곳 살피며 기억을 더듬는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우리를 인솔하신 신부님과 함께 이북의 교우들을 위하여 기도를 바쳤다. 지척이 천리라더니 우리의 땅이 아닌 남의 땅에서 바라보지 않을수 없는 현실이 한없이 안타까웠다.
말없이 흐르는 두만강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에 잠겨 있는데 느닷없이 귀에 설은 이북말씨에 깜짝놀라 돌아보니 화장을 곱게한 이북 아가씨가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저쪽에 가셔서 커피도 한잔 하시고 맛있는 북어포로 술도 한잔 하시라우요』 이곳에 오는 차안에서 주의를 하라던 안내원의 말이 생각나서 반가워할 수도없고 웃을 수도없는 어정쩡한 눈빛으로 바라만 볼수밖에 없는 마음이 어쩐지 묘했다.
비극의 현실을 눈앞에 두고 사진을 몇장 찍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두만강 푸른물에 노젖는 뱃사공…』 합창으로 무거운 마음을 달래며 돌아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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