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씨! 제 협조단원이 되어 저를 위해 기도좀 해 주시겠어요?』하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나는 내심 기쁜 마음으로 『네 그렇게하죠』하면서 혼쾌히 승낙을 하고서 까떼나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한창 바쁜 농사철에 그것도 30여분 씩이나 걸리는 까떼나를 매일 한번씩 바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답은 해놓고 안하자니 내꼴이 우습겠고 꼬박꼬박 매일하자니 비신자인 시어머님 눈치도 보이고 몰래 몰래하자니 아침밥을 지으면서 시작기도를 해놓고, 밭에 나가 김을 매면서 손가락을 꼽아가며 묵주기도를 하고, 점심 설겆이를 하면서 조금, 저녁을 지으면서 마침기도를 늘상 이런식이다. 그러니 기도하는 시간이 즐겁기는커녕 고역중에서도 큰 고역이었다.
이런식으로 기도를 한다는 것은 나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안될뿐만 아니라 나의 활동단원인 그분에게도 백해무익한 일일것만 같았다. 나는 한달여를 그 고역을 치르고 탈단을 해버릴 결심을 하였는데 탈단을 하려니 그동안 제대로 노력도 못해보고 그만두는 것이 억울한 생각도 들고 아쉽기도 하였다.
그렇게 한동안 갈등을 느끼던 나는 어느날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용감하게 다락방으로 숨어들었다. 시작기도서부터 묵주기도와 마침기도까지 단숨에 바치고 작은 목소리로 레지오단가까지 부르고나니 속이 시원하고 나도 모르게 기쁜 마음이 솟아나는 것이었다.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염치불구하고 다락방으로 숨어드는 나를 처음에는 시어머님께서도 의아해 하시더니 기도를 하느라고 다락방으로 숨어든다는 것을 아시고는 거실의 TV볼륨을 줄여주시고 어둡고 더운데 기도할때는 어머님 방에서 하라시면서 방까지 내주시는 것이었다. 물론 레지오단가를 부를때도 목소리를 좀더 높일수도 있었다.
다음달 나의 활동단원인 그분께 시어머님의 배려로 더욱 열심히 기도를 할수 있게 되었다며 보고를 드리자 『어쩐지 요즘 힘이나는것 같다 하였더니 마리아씨 시어머님 덕분이었군요』하며 활동단원보다 협조단원에게 더많은 은총이 내릴것이라며 격려해 주셨다.
만약 나에게 협조단원이 될 기회가 없었더라면 일부러 기도할 시간을 만들수 없었을 것을 생각하면 보잘것없는 나를 협조단원으로 선택해주신 성모님의 크나큰 은총이 놀랍고 감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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