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가 일반대중의 의식속에 사회의 필요악으로 인정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성모병원에 매일 출입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낙태법 폐지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너무도 깊숙이 그네들에게 인식되어진 생명경시 현상이 낙태의 당위성으로까지 오염되어 있음에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서슴없이 『낙태를 왜 금해야 합니까? 인구증가를 막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어요?』 『글쎄, 나쁘다는 것은 알지만 필요치 않은 아이를 출생시킬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어요』 하고 말한다.
모든 필요조건의 기준을 「나」에게 두고 가차없이 윤리적 행위를 등락시키고 마는 현대인들의 양심에 우리는 어떻게 복음의 메시지를 들려주어야 하는가? 윤리적 부도덕과 진실된 양심의 소리사이에서 갈등조차 쉽게 무마시켜버리고 마는 그들에게 우리는 이대로 방관자세로 서있어야만 하는가?
죄인들을 파멸에서 구하기 위해 10명의 의인을 대변하려 하였던 아브라함의 소리는 지금 이 시대 우리 교회의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들은 우리를 비웃을 것이다. 참, 시대에 맞지 않는 바보스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근본적으로는 하느님과 괴리되어진 인간의 타락한 본성에서 기인한 것이겠지만 역사의 한 이데올로기 안에 지도자들의 그릇된 판단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빚어왔는가를 본다면 지금의 망연자실한 이 현상을 과히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갈기갈기 찢겨진 태아의 잔해가 담긴 사진을 보여주며 말하였다. 『수태된 지 21일이면 심장이 뛰고 40일이면 모든 형태를 갖추게 되는 이 아기를 이렇게 분해시키는 것을 살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딸이기때문에, 나에게 지금 이 아이는 필요치 않아서, 강간에 의한 이유라고, 기형아라고 해서 살해되어야 한다면, 이 사회에서 아주 미소한 일에서조차 정당방위라고 간주되어지기만 하면 서로가 서로를 상해해도 무방하다고 보아야 되지 않은가?』 『사회에 불이익이되고 불구자라고하는 불행한 운명때문에 그들이 제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 시대는 지도자들이 사람들의 의식을 자기들의 정치적 경제적 효용가치로 마비시켜버렸고 이제 양심의 척도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조차 상실시켜 버리고 만 것 같다.
빨리 먹는 떡에 체한다는 옛 선조들의 말은 진리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들의 생활안에 좀더 건전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선용될 수 있는 가족계획방법내지 성교육 등을 일반화시키고 대중매체를 활용하여 의식화시켜나간다면 후손들에게 얼마나 좋은 정신유산의 풍토를 전해주는 것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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