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 사는 모양은 다 같다고들 한다. 부자건 가난한이건, 잘난 사람이건 못난사람이건, 유식한 사람이건 무식한 사람이건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 모양새가 대충은 비슷하다는 뜻인것 같다. 아무리 부자라도 하루 4끼니를 먹지 않는걸 보면 그럴듯한 말 같기도 하다.
지난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한국에서 개최된 동아시아 평신도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말은 더욱 실감이 난다. 한국과 일본, 홍콩, 대만, 마카오 등 소위 「젓가락 문화권」에 속하는 참가국들의 면면에서도 이미 가늠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들 참가국 대표들의 마음속 이야기가 얼마나 서로 같은지 깜짝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는게 솔직한 고백이다.
물론 중국을 중심으로한 같은 문화권이라는 점과 하나의 교회라는 공통성을 염두에 두곤 있었지만 동아시아 지역의 평신도들이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같은 어려움으로 갈등을 겪고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중요한 발견이었다. 언어와 생활양식이 다르다는 전제하에 경험한 이 발견은 처음 만나는 동아시아 평신도들이 한형제라는 일체감속에 묶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국제 회의를 소화해낼 언어의 부족함 속에서도 이번 동아시아 평신도 회의 전일정을 빠지지않고 참석한 것은 바로 동아시아 교회 평신도들의 현실을 솔직하게 나누어 보고싶은 작은 소망 때문이었다. 다소 답답한 상황도 여러 번 겪어야 했지만 이번 회의를 통해 평신도로서 나는 많은 것을 얻었다. 그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소중한 경험을 먼저 결론으로 제시하자면 우선 평신도들의 열의를 들지 않을수가 없다. 그리스도교의 입장에서 볼때 아직은 열세에 놓여있는 가톨릭교회, 아시아지역의 평신도들은 자신들의 어께위에 놓여진 2천년대 복음화의 책임을 분명하게 깨닫고 있었다. 미래의 대륙으로서, 젊은교회로서 아시아교회가 나아가야 할 바를 이들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교회 구성요원으로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들의 양성」이라고 제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 사회의 구성원이자 교회에 불림받은 사람들임을 거듭 확인한 아시아의 평신도들이 스스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문제의 실마리를 자신들로부터 찾아보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로 볼수있기 때문이다.
성직·수도자와 함께 교회에 봉사하는 동반자로서 평신도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또 다른 희망이었다. 평신도들에게 맡겨진 지상최대의 사명이 복음화이고 그 길은 어떤 고난을 헤치고서라도 나아가야 한다는 다짐은 이번 회의가 내린 결론의 백미가 아닐수 없다.
희망적인 징표와 더불어 동아시아 평신도들이 앓고있는 고민을 살펴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가 있다. 우선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동의 문제는 가정의 위기였다. 비교적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의 가정들은 이미 핵가족시대를 맞이했고 청소년 문제, 노인 문제를 포함한 가정의 문제가 돌출이 되고 있었다.
거의 모든 참가국들은 여성의 불평등한 교회참여의 현실을 문제로 들고 나왔다. 숫적 우세와 열심도에 비추어 본다면 『결정은 남성이 내리고 실천은 여성이 한다』는 각국 교회의 현실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었다.
개방성의 부족도 교회 활성화의 장애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 진단은 교회 구성원의 수평적구조에 대한 강한 희망이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서로에게 열려있는 교회의 모습은 동아시아 교회가 함께 찾는 이 시대의 교회상이었다.
평신도의 자율성 부족문제는 동아시아 교회의 공동의 문제로 제기됐다. 성직·수도자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맞물린 평신도들의 자율성 결여는 동아시아 지역 평신도들의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했다.
이 시대가 자신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사명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갖고 있지만 동아시의 평신도들은 아직도 그 역할 수행에 있어 자신들의 자율적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동아시아 교회의 평신도들이 스스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제1의 결실로 꼽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동아시아는 그리스도교의 눈으로 볼때 상당히 젊다. 동아시아의 평신도들은 젊은 대륙의 교회구성원답게 생동감과 활력이 넘쳐있다. 활력과 생동감은 현대복음화에 있어 최대의 무기라 할수 있다. 바로 이 점이 동아시아교회가 아시아 대륙은 물론 세계를 향해 희망의 교회가 되어야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고 할수가 있다.
이번 회의는 무엇보다도 가정의 중요성, 크리스찬 가정의 회복이 언급됐다는 점에 가치를 두어야 할것 같다. 아울러 적극적인 구성원으로 본당활동에 참여, 신앙을 키워가야 한다는 사실도 놓쳐서는 안될것 같다.
뿐만아니라 평신도들은 사회속에서 그리스도의 삶을 증거해야하는 실체라는 사실을 재발견했다. 때론 손해를 보고 위험이 뒤따른다 해도 진솔한 크리스찬으로 살며 크리스찬임을 증거해야 한다는 것은 평신도로서의 선택의 여지가 없는지도 모른다.
교회안에서 평신도의 길은 성직·수도자와 함께 가는 동반의 길을 의미한다. 동아시아의 평신도들은 바로 성직·수도자의 수용과 사랑안에서 그 길을 걷고자 하고있다. 그들과 완전한 공동체를 이루면서 교회와 사회에 봉사하고자 한다.
이것이 동아시아 평신도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내린 평신도들의 선언이다. 평신도 시대의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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