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서태지 테이프 소동이 TV 심층 보도를 통해서도 상보되었다. 과연 그럴 가치가 있을까 생각되기도 하지만 TV를 통해 드러난 청소년들의 반응은 그게 아니었다. 사실 여부는 고사하고 많은 청소년들은 이미 테이프 내용에 근거한 소문 자체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치 않아도 여러 가지로 상처 받고 있는 청소년들의 정서에 또다른 혼란을 제기해 주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소문의 진상은 서태지 테이프「교실 이데아」「발해를 꿈꾸며」를 거꾸로 들으면「피가 모자라」또는「피가 고파 아기를 줘」등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도를 통해 거꾸로 돌린 테이프 소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들으면 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소리라는 상반된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이를 두고 이미 70년대 구미 지역에서 유행한 바 있는 악마숭배주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정서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생각됐던 악마숭배주의가 어느 틈에 우리의 삶 속에도 끼어들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염려였다. 물론 또 다른 일각에서는 테이프 판매 수익을 올리려는 고단위 상술로 단순하게 보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어느 쪽이 사실인가의 여부를 떠나 이 같은 소동은 일단 우리 청소년들의 정서에 심각한 장애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그냥 둘 수가 없는 문제다. 만일 소문대로라면 우리에겐 우리의 청소년들을 엄청난 정신적 재해 속에서 구해내야 할 막중한 사명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선진국형(?) 정서 장애문제에서 더이상 안전지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하는 시점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또 단순히 상술에 의한 것이라면 이 역시 엄중히 다스려야 마땅한 중죄에 속하는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얄팍한 상술을 부리는 부류의 사람들은 그 돈벌이가 바로 자기 자녀들을 정신적으로 좀 먹는 병인이 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모양이다. 그것은 곧 우리의 미래 자체를 망치는 지름길임을 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같은 현상은 방황하는 우리 사회와 그 방황 속에서 역시 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 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입증해 주는 실례일 수도 있다. 더이상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적 방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우리 청소년들은 뉴에이지운동 등과 같은 새로운 도전 앞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물론 이번 소동이 단순히 불안한 우리 청소년들의 정서 일부를 반영하는 말 그대로 작은 소동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우리의 청소년들의 정신적 갈등 방황을 그대로 모른 척 할 수가 없음을 명심해야만 한다. 그들의 정서, 그들의 영혼이 어느 방향으로 설정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깊이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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