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호칭에 미스터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우리네 정서 속에선 좀 색다르긴 하다. 어색하기도 하고 뭔가 외람스러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흔히 사장이나 회장 앞에도 미스터를 붙이는 미국이지만 그 미스터가 대통령을 부를 때 스스럼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정서가 다른 우리로서는 쉽게 적응이 안되는 부분이다.
아주 오랜 세월동안 열려진 나라, 기회의 나라로 불려온 미국에 대한 설명에서 이보다 확실한 것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언어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당연한 이질감 속에서도 이 부분만큼은 미국이 누려온 자유와 인권이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시 말해 개인의 인권이 대통령과 비슷하게(?)존중받는 나라로서 미국에 대해 인정을 해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유색인종이나 흑인들에 대한 엄청난 편견 속에서 실종되어 버린 이들의 인권문제는 잠깐 뒤로 물려놓고 하는 말이다.)
최근 미국이라는 나라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형태는 전통적으로 우리 의식속에 새겨진 미국에 대한 인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들이 우리를 향해 벌이고 있는 도전은 찬물 정도가 아니라 아예 얼음물을 끼얹은 꼴이라 해도 무방할 듯 싶다. 빌 클린턴씨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부터 우리는 미국과의 통상부문에서 연일 무차별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 새 대통령의 직접적인 의지든 아니든 간에 미국이 우리를 향해 쏘아대고 있는 무차별 압력은 현재 한국의 대 미국 무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 통상법 301조를 필두로 이들이 뽑아들고 있는 대 한국 통상무기는 수퍼 301조, 스페셜 301조 등 시간이 흐를수록 강경화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산 철강 및 반도체에 대한 잇단 덤핑판정을 필두로 강대국 미국이라는 나라는 외국기업의 토지매입 허용, 쇠고기 수입 2배 증가 요구, 채권시장 조기 완전개방 요구, 아울러 쌀수입 개방에 이르기까지 끝도 한도 없는 요구를 거듭하고 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자면 마치 한국의 숨통을 완전히 조이기로 작정한 사람들 같은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국에 대한 보호이자 나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 하기도 하지만 미국이 선택하고 있는 대외통상 정책은 균형과 정확성이 결여된 졸작 중에 졸작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첫째가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를 싸잡아 처리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미국은 자국의 통상문제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차이쯤은 깊이 생각을 했어야 했다.
미국과의 통상에서 한국은 수출보다는 수입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은 미국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한국은 미국에 물건을 팔기보다는 사들이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이 점은 일본이나 대만과 비교해 볼 때 두드러진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자동차라는 오직 한 분야만 놓고 보더라도 일본은 미국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전자제품, 나아가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흑자를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선택이 「제2의 일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미국조차 어쩔 수 없이 커버린 일본에 대한 두려움이 한국에 대한 무리한 통상압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런 현상이 개인에게 나타나면 그 환자는 틀림없이 정신과 의사에게 보내질 것이다. 아울러 의사는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그 환자에게 「피해망상증」이라는 진단을 내릴지도 모를 일이다.
비유에 있어 지나친 면도 있겠지만 통상문제에 대해 한국에 취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것이 만일 피해망상이라는 병에 의한 것이라면 한국은 참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는 입장에 처해있는 것이다. 누차 발표되고 알려진 사실처럼 미국이 한국과의 통상에 있어 일본과 똑같은 저울질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불공정 거래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결코「감정적 호소나 안일한 대처」만으로는 미국의 무차별 타격에서 살아남을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미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남아있다면 지금이야말로 과감하게 그것을 버려야만 하는것도 이에 연유한다. 연원한 적이 없고 영원한 우방이 없는 냉혹한 국제사회의 원리를 우리는 이제 피부 깊숙히 받아 들여야 할때가 됐다는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나라 국민들의 생명쯤이야 한낱 파리목숨보다 못할수도 있는 그들의 두 얼굴을 맹독성 농약이 버젓이 잔류한 미국산 밀가루를 통해 우리는 이미 낯익혀온 바 있다. 아니, 빌 클린턴 미국의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낙태반대 법안 철폐에 서명함으로써 윤리적 감각의 엄청난 결여를 전 세계앞에 펼쳐 보이기도 했다. 세계를 움직이는 대통령으로써 그의 첫 선택은 참으로 무모했고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미국의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새앙쥐도 코너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어버린다』는 생존법칙을 아마도 잘 모르는것 같다. 그들이 세계를 향해 벌여온 모든 행각들이 반미감정이라는 결과로 들어나고 있는 오늘, 아직도 그들은 그들의 몇 안되는 우방을 코너로만 몰아넣고 있으니 말이다.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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