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아기가 보고 싶다고 하니 아내가 무겁게 입을 여는 것입니다. 그때까지도 나는 엉덩이 욕창과 허리욕창 그리고 옆 엉덩이는 뼈가 섞어 검게 드러나 있는 줄 몰랐는데 그렇게도 상처가 큰 줄 몰랐습니다. 게다가 밥도 먹지 못하니 퇴원해서 아기와 집에서 살자고 하여 가만히 생각하니 그럴 것 같아 퇴원하자고 결정하고 오전 내 우리 부부는 울었습니다.
오후에 의사선생님이 퇴원하라고 하더냐고 물으니 아내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고 아기를 그렇게 보고 싶어하니 집에 가서 3식구가 이대로 살려고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화를 내면서 『퇴원하라고 하지도 않는데 왜 퇴원을 해 나는 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일반병실에 온 지 한 달 가까이 되니 밥도 조금씩 먹을 수 있고 정신도 회복되니 의사선생님이 고기와 초코렛 과일쥬스를 많이 먹으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엄청나게 많아 빚까지 지고 있고 앞으로도 얼마나 들어갈지 모르는데 잘 먹을 형편도 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다 이제는 입맛이 자꾸만 당기기 시작하는데 석 달 동안 못 먹은 것을 한꺼번에 먹을 정도였으니 아내는 감당할 수 없어 식당에 가서 그릇도 씻어주고 하면 아줌마가 남은 고기를 주면 얻어다 주기도 하였고 옆 침대의 할아버지가 다리를 다쳐서 왔는데 보호자가 없어 대소변까지 받아 주고 수고비를 주면 먹을 것을 사다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몸에는 살이 불어나고 뼈가 썩었던 곳에 기적같이 새 살이 돋아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거추장스럽던 소변호스도 제거하였고 눈도 안과에 갔더니 이상이 없고 너무나 못 먹어 시력이 약해졌을 뿐 안경을 쓰니 너무나 잘 보였습니다. 머리도 반이나 빠져버려 흉하기 짝이 없어 아내가 빡빡깍아 주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운동을 하라고 하여 휠체어를 타고 열심히 운동을 하였습니다. 하루는 정형외과 병실 담당수녀님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우연히 이루어져 여러 가지 이야기 끝에 대세를 받았다고 하였더니 다음부터는 오시면 기도해 주시고 가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앞에 있는 환자가 어디서 갖고 왔는지 성모님께 드리는 묵주 9일 기도책을 가지고 와 심심한데 읽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세를 받았지만 아는 것은 성호경밖에 모르니 읽어 보아야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녀님이 오셨기에 책을 보여 주면서 물어 보았더니 수녀님께서는 지금 당장 가르쳐 주신다면서 다른 환자와 나 아내 수녀님 넷이서 54일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주님께서는 죄 많은 죄인을 당신의 자녀로 이끌기 위하여 천사같은 수녀님을 보내 주시고 기도를 하라고 기도서 책을 신자도 아닌 환자를 통해서 이렇게 주님께 기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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