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도 잡혀지지도 않는
하느님
그 하느님따라 살겠다고
인간의 온갖 정을
다 내버리고
깊은 산속으로 떠난 너
생전 본 적도 없었다
다만 너의 아버지와
절친했던 친구라서
평탄치만은 않은 가시밭길
빛의 딸로 떠난
너의 장한 결심에
찬탄을 하면서도
한가닥 걱정이 되는 것은
딸 가진 어버이의
공통된 자식사랑이
아니랴
간다며 인사할 때
카운터 넘어 비친
가녀린 네 모습
축하했어야 할 내 마음
이렇게 아리기만 한 것은
너의 어버이와 한마음이
아니랴
내일 간다 하기에
조그만 선물을 자청했다
회색 빛깔의 양말 두 타
작은 우산 고집하기에
구태여 더불어 같이 쓰도록
큰 것을 집었더니
검은 색상을 집어드는
그 친구의 마음
내 어이 모르랴
간 해엔 동창생 친구
아들 하나
사제가 되려
신학교로 가더니만
이 봄엔 또 네가
수녀원엘 간다고
학살의 마수 피해
낯선 두메 숨어들어
등잔 불 심지 돋구며
수수 감자 끼니 잇고
포교에 잡혀
갖은 악형에 순교한
선인들의 신앙,
군문효수 생매장된
천태만상의 형벌에 숨진
거룩한 순교 신앙이
두 세기 피의 역사
찬란하게 새겨 왔거니
주님의 은총안에서
빛의 자녀답게
언제나 겸손하셨던
성모 성심의 성덕을
쌓고 또 잘 닦아
천리에 순명하고
항상 감사찬양하는
부디 착한 수녀가 되려므나
-나도 널 위해 항상 기구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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