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의 여성대표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우리의 소원은 통일」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한복을 입은 중ㆍ년의 여성들이 한마음으로 노래하는 한장의 사진이 실리니 지난 3일자 조간신문을 펼치며 내 마음도 덩달아 흐뭇해졌다. 지난 40여년간 남북을 가로막은 장벽이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질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를 읽으면서 그「행복한 순간」은 비누방울처럼 금방 깨지고 말았다. 남ㆍ북한과 일본여성대표들이 평양에 모여「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이란 주제로 가진 토론회 (1~6일) 의 둘째날을 스케차한 그 기사에는 북한 인민배우 문예봉(75) 의『수령님의 배려를 받고 살기 때문에 활자화 돼 있었다.
북한사람들이 앵무새처럼 들먹이는「수령님의 배려」를 또 읽어야 하는 상황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그 기사는 일깨워 주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남북교류가 언제쯤 우리들의 경직된 마음을 허물고 북한의 폐쇄성을 허물수 있을것인가에 생각이 미치면서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지난 90년 북경에서 만난 한 중국청년은『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공산주의도 자본주의도 믿을수 없다. 종교를 믿기 위해서라기 보다 알기 위해서 성경을 읽는다』고 말했다. 천안문 사태로도 결국 막을 수 없었던 중국의 개방화 바람속에서 중국 젊은이들이 느끼는 가치관의 혼란을 표현한 말이다. 그런가하면 동ㆍ서독 통일 이후 동독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엄청난 충격을 훔볼트대학의 한 교수는 자신의 두 아들의 경우를 예로 들며 이렇게 말했다. 『중학시절부터 당의 독재에 비판적이었던 큰 아이는 갑작스런 통일과정을 쉽게 체험했다. 그러나 통일후 그 아이가 일하던 공장이 망하자 오히려 이제는 옛 동독시절을 이상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동독정치를 적극 지지하며 18세때부터 공산당원이 됐던 둘째 아이는 통일후「모든 정치는 다 나쁘다」면서 지금까지 배운 모든것을 불신하고「내가 직접 체험해서 판단하겠다」는 태도를 지니게 됐다』
중국이나 동독은 북한보다 훨씬 열린 사회였다. 그럼에도 중국과 동독의 청년들이 이같은 혼란을 겪고 있는데 만일 남북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북한동포들은 어떤 심리적 갈등을 겪을것인가? 「수령님의 배려」를 잃은 북한동포들이 당면하게될 자기정체성의 혼란을 생각하면 섬찍한 느낌이 든다. 아니 그보다는 우리의 통일준비는 어느 정도인가? 통일의 충격이 남한사람들에게는 없을것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심리적 층격도 문제지만 그에 앞서 통일비용을 우리가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독일통일이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갑자기 이루어졌듯이 남북통일도 의외로 빨리 다가올수 있으며 통일방식은 독일과 같은 흡수통일이 될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의 분석이 옳건 그르건 막연한 감정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통일준비를 지혜롭게 해나가야 할때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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