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우리집 화단을 새롭게 조경하는 날이었습니다. 화단 둘레에 쌓았던 큼직한 돌들을 정원사와 인부들이 헐고서 새롭게 쌓고 있었습니다.
가까운 곳의 직장에서 남편은 오토바이를 타고와서 감독을 하고 있었습니다. 별안간『아이구 다리야』하면서 남편이 주저 앉았습니다. 그 아픔은 계속되었으며 온갖 약효도 없이 날이 갈수록 통증은 더욱 심해져 순간에 일어난 변고의 여파는 참으로 무섭도록 커져 한 가정을 고통의 도가니로 몰고 갔습니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직장에 오가던 어느날이 었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얼마후 전화벨이 올렸습니다.
수화기를 든 남편이 갑자기 흥분하면서 숨가쁜 소리로 무언가 되물으면서 수화기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 부도가 난것이었습니다. 남편은 정종공장의 기사였으며 술을 만들 뿐 회사 운영의 내막은 까마득히 모른채 남의 돈을 꾸어다 주고 있었습니다. 원하지도 않는데 나의 동창 남편이 부산의 모은행 지점장으로 와서 자기 재량으로 돈을 빌려줄 수 있으니 활용할 일이 있으면 써보라고 권왔습니다.
솔깃한 남편이 유일한 재산인 집을 저당하고 낸 돈을 회사에 주었습니다. 이후 얼마 가지않아 회사는 문을 닫았으며 꾸어준 돈은 받을길 없이 채권자와 채무자의 입씨름만 계속되었습니다.
은행에서는 빌린 돈의 이자가 들어가지 않으니 빗발치듯 독촉의 전화가 걸려오고 우리를 통해 돈을 내놓았던 사람의 독촉 역시 더욱 심해져 갔습니다. 결혼한지 한달된 장남을 위로 공부를 해야할 자식은 셋이나 남아 있는데 당장 살길 마저 막연했습니다.
유일한 재산인 집을 팔아 은행돈을 갚아주고 남의 돈도 갚아주었습니다. 나머지 돈으로 전세집을 얻었습니다. 전세집을 보러 다니는데 눈물이 앞을 가려 길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나와 남편은 전세집을 얻고 남은 돈을 우선 남편의 절친한 선배님의 회사에 넣고 이자를 받아 살면서 앞으로의 살길을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자돈을 이개월 받아 쓴후 그 회사 역시 부도를 내었으며 그곳 역시 돈을 준 사람들과 갚을 사람들의 입씨름만 계속되었습니다.
다시 전세집을 줄여서 작은 집으로 옮겼습니다. 이즈음 다른 양조장에서 남편에게 좋은 보수를 줄 터이니 일을 해달라는 권고가 있었습니다. 해야한다는 나의 간절한 소망도 뿌리친채 남편은 그 권고를 거절했습니다. 성급한 남편은 갑자기 몰아닥친 곤경을 이겨낼 힘을 잃고 다리의 통증은 더욱 심해져 아주 자리에 누워 있게 되었으며 신경질만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