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하나만 지적한다면 그것은 물론 복음선교일 것이다. 복음을 전하지 않는 교회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복음선교는 교회가 수행해야 할 지상최대의 사명인 것이다. 그 최대의 사명을 위해 20년을 달려온 가톨릭 청년성서모임이 20주년을 기념하는 만남의 잔치를 벌였다. 바로 지난 주말이었다.
기념 심포지움과 집체극, 기념미사 등으로 꾸며진 청년 성서모임의 20주년기념 잔치는 말 그대로 말씀으로 뭉쳐진 잔치였다. 성서사도직의 신학적 바탕을 시작으로 이어진 심포지움이 그렇고 성서를 중심으로 창조、카인의 범죄、모세의 소명、예수의 죽음、초대교회 사도들의 복음전파 등등을 집체극으로 묘사해낸 연출이 참으로 그랬다.
이들은 또 70년대초 어두운 사회현실속에서 탄생한 가톨릭 성서모임의 영성과 성냈으며 결국은 기쁨으로 말씀의 봉사자、그리고 예수그리스도께 대한 찬미의 고백을 몸으로 몸짓으로 보여주었다. 참으로 신나고 대견스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그것은 기쁨속에 말씀을 받아들이고 그 말씀속에 살아야만 나올수 있는 못짓이었다.
이날의 잔치는 바로 하느님의 말씀이 얼마나 힘이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의 잔치였다.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말씀에 목말라 하는지도 그대로 드러났다. 말씀에 힘이 있음은 20년 성서모임의 역사가 산 증인이다. 그것은 곧 말씀에 목이 마른 젊은이들 역시 그렇게 많았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가톨릭 청년 성서모임의 전신은 가톨릭 대학생 성서모임의 전신은 가톨릭 대학생 성서모임이다. 중간에 가톨릭 성서모임으로 개칭되면서 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을 함께 수용한 성서모임은 젊은이 못지않게 불타는 열정으로 성장을 거듭하는 어버이 성서모임과 분리되게에 이르른다. 그리고 탄생한 새 이름은「가톨릭 청년 성서모임」.
20주년 기념잔치에서도 드러났듯이 청년성서모임은 현재 한국 가톨릭교회안에서 무서운 기세로 젊은이들을 향해 확산되고 있다. 이날 말씀의 봉사자 뺏지를 받고 새로운 봉사자로 탄생한 79명의 젊은이들은 청년 성서모임의 새세대들이다. 1백50여개의 본당중 50여개의 본당으로 확산되고 있는 청년 성서모임의 오늘은 말씀이 내포하고 있는 위력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가톨릭 성서모임은 한국 가톨릭 성서공부의 효시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개신교측에서부터 불기 시작한 성서공부의 바람은 말씀에 목말라하던 젊은 신자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파고들기 시작했고 엄격한 의미에서 그것은 하나의 시작으로 볼수가 있기 때문이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가 일단의 여대생들과 더불어 시작한 가톨릭 대학생 성서모임은 당시의 암울한 정치와 사회풍토속에서 탈출구가 필요한 젊은이들에게 전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요청했고 젊은이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나는 그 일단의 대학생 틈에낀 행운아였다. 다시말해 나는 가톨릭 성서모임의 제1차 연수생 출신이다.
따라서 성서모임의 20주년을 맞는 내 감회는 남다를수 밖에 없다. 20주년을 기해 탄생하는 새 봉사자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20년전, 찬 콘크리트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새우잠을 자면서도 행복하게 첫 창세기 연수를 받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7월 복더위 속에 개최된 1차 창세기 연수에는 모두 12명의 젊은이들이 말씀의 봉사자 뺏지를 받았다.
당시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을 모시고 대화의 김추기경님은 비지땀을 흘리면서 연수를 받고있는 우리들에게 유명한 말씀을 남기셨다. 20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그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 다음은 김추기경의 말씀 한토막.
『당신들은 참으로 이상한 사람들이다. 저 창밖의 하늘이 저렇게 푸르고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산과 들로 나가고 없는데 당신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가.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다시 김추기경의 말씀. 『말씀으로 새 생명을 얻고자하는 당신들이야말로 참으로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평안함과 즐거움 등 우리가 선택할 무수한것 가운데 당신들은 참으로 훌륭한 것을 선택했다』
훌륭한 것을 선택한 사람답게 창세기 출애급기 요한복음, 예언서 등등의 연주회를 거치고 대표라는 이름으로 성서모임과 계속 연을 매는 동안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함께 공부하는 봉사자들은 모두가 그랬다. 삶은 생기와 확신으로 차 있었다. 당시 우리의 모습은 초대 공동체의 모습에 비유되곤 했었다.
물론 2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감동과 행복은 많이 변질되고 퇴락했다. 사랑보다는 노여움이, 수용보다는 거부감이 나를 지배하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분노하고 질타하며 이웃에게 탓을 돌리는 뻔뻔함으로 나 스스로에게 실망한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내가 첫 발을 담근 성서모임의 20주년은 그래서 기쁨보다 부끄러움이 앞섬을 고백하지 않을수 없다. 성년으로 우뚝선 성서모임을 지켜보면서 부끄러움 속에서도 나는 성서가족의 한사람으로 거듭남을 약속하고 싶다. 그것은 하느님과의 약속인 동시에 모든 성서가족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아울러 말씀의 씨를 성서모임은 계속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20주년의 잔치는 씨를 뿌리는 사람으로서 자신에 대한 확인이자 또다른 시작이기를 바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