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여름을 아쉬워 하듯 긴 비가 내리더니 이제 제법 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바쁜 일손을 놓고 한가한 아침나절 그동안 벼르던 일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작은 봉투 하나를 준비하였다.
아이의 손을 잡고 골목어귀의 꽃밭을 향해 가는 기분이 나비라도 된듯하다.
여름 내내 씨 맺기만을 기다리던 아이는 꽃잎 만큼이나 보드라운 손으로 까맣고 동그란 분꽃 씨며 채송화 씨를 잘도 받아낸다.
그리고, 접시꽃 씨를 보고는『이건 씨가 왜이래? 이상하게 생겼네?』하며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아침의 싱그러운 햇살을 받으며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문득 행복감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꽃들은 이렇듯 주님의 뜻에 순응하여 봄부터 한여름 내내 각각의 미를 한껏 발휘하고 충실한 씨를 우리에게 선물 하는구나!
우리 아이도 모든이에게 기쁨과 평화를 나눠 주줄아는 주님의 예쁜 딸로 성장해 주었으면….
또한 나의 삶도 제 못을 충분히 해낸 이 아름다운 꽃들 같아야 하지않을까 생각했다.
언젠가 주님앞에 나아 갔을때 나는 무엇을 주님앞에 자랑스레 내 놓을수 있을까? 주님! 부족하고 모자라고 못생긴 저희를 그 어떤 꽃들 보다도 어여삐 여겨 사랑하여주심에 감사와 찬미를 드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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