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한뼘이나 가라앉은 회색빛 가을 어느날이였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는 집분위기가 침울함을 느낄수가 있었다. 저녁준비를 너무도 급하게 하시는 엄마를 보며 난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내가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가슴아픈 사건하나, 아빠의 교통사고였다. 내가 그때 할수 있었던 일은 눈물을 흘리는 일뿐이었다. 반짝이는 별이 지기도 전에 손을 흔들며 출근하시던 아빠의 모습이 생각났다. 저녁 준비를 급히 마치시고 병원을 향해가시던 엄마는 내내 하느님을 찾았다. 「괜찮다」는 아빠의 말씀에 엄마는 눈물을 흘리시며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지만 난 그럴수가 없었다. 하느님이 미워졌고 원망스러워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가 병원에 계시는 동안 난 아빠를 느낄 수가 있었다. 주름으로 장식된 손과 벌써 눈이 내리기 시작한 아빠의 모습, 이름모를 서글픔을 느꼈다.
병상에서도 웃음으로 기도하시는걸 있지 않으시던 아빠. 하느님을 원망했던 나의 마음에 부끄러움이라는 작은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시며 삶의 의미를 내게 일깨워주셨던 아빠의 사랑을 이제야 느낄수 있을것 같다. 요즘은 건강한 모습으로 생활하신다. 비가 내린 다음에 맑게 갠 하늘은 더더욱 아름다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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