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많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겪어온 방식의 눈으로 보면 그 변화의 폭은 참으로 엄청나다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개방된 청와대 앞길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등장했다는 소식에서부터 새 각료들의 임명장 수여식에서 농담을 하는 대통령의 모습도 TV뉴스에 잡혔다. 혹자는 지나치게 권위 자체가 하락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앞세우기도 하지만 보다 많은 이들은「권위」 보다는 「권위주의」의 퇴조라고 평하기를 서슴지 않는 것 같다.
권위주의의 평가절하는 새 안기부장의 결단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안기부장의 국무회의 불참을 시작으로 하는 안기부의 변화는 직원들의 일반 단체출입을 금지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일반인들의 사찰까지 당연시 되어오면서 오랜 기간 물들고 고착되어온 시각에서 보자면 놀랍기 짝이 없는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이떤 이는 어리둥절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하기도 한다.
국민들이 갖는 또 하나의 기대는 대통령의 재산공개에 기인한다. 물론 전임 대통령도 취임 당시 재산을 공개하기는 했다. 그러나 전임 대통령은 퇴임과 더불어 자신이 반드시 했어야 할 의무를 거스르고 있다. 바로 또 한번의 재산공개다. 새 대통령의 재산공개는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결단이지만 우리 국민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 결단이 이행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첫째, 재산공개 바람은 모든 공직자에게 까지 빠짐없이 확산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취임후 지금까지 취해 온 일련의 조치들을 보면 못할것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재산문제가 여타 다른 문제와는 달리 상당히 미묘한 문제가 있다는 점은 역시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에 하는 염려다. 둘째는 대통령 자신이 퇴임 후 다시 한번 자신의 재산을 공개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최고 책임자의 엄포를 수도없이 접해왔다. 아울러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만큼 타락해버린 공직사회의 어두움도 함께 접하며 살아왔다. 공직사회의 온갖 비리는 그것을 바로 잡겠다던 사람들에 의해서 오히려 저질러지고 무마되어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 전반을 뒤흔들어 놓고 있는 불신과 불의, 비리와 폭력 등은 바로 정부의 행정부재, 아니 부정부패에 기인하고 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침 새 내각에는 감사원장을 비롯 비서실장, 안기부장 등 비리척결을 위해 칼자루를 쥘 수 있는 관리들이 가톨릭 신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 부정입학 대리시험 등등의 엄청난 비리로 이 땅을 강타한 학원가의 부정도 신임 교육부 장관을 통해 뿌리를 뽑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해본다. 그 역시 교황의 훈장인 그레고리오 기사대장을 받은 바 있는 신자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들에게 보다 많은 기대를 거는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신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동안의 공직사회가 벌려 놓은 온갖 비리와 잘못을 원상복귀 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들은 「신자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깨끗한 정부만이 깨끗한 국민을 가질 자격이 있음을 그들은 명심할 일이다. 청렴한 정부만이 국민에게 청렴을 요구할 수 있음도 알아야만 한다.
공직사회가 깨끗해지고 더 이상 비리가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때 우리는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의한 바 있는 어떠한 고통도 나누어 질 용기가 있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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