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많은 어려움과 뜻하지 않은 시련을 당하지만 그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힘도 함께 부여받는다고 했다. 나에게도 잊지 못할 시련의 날들이 있었기에 나의 마음은 더욱 강해질 수 있었고 어떠한 어려움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느덧 38년이란 긴 세월이 아직도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모든 일들이 생생하기만 하다.
1990년 10월26일이었다.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일로 남편은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뜨고 말았다. 갑자기 닥친 일이라 나의 충격은 너무 컸다. 우리 가족은 누구보다도 더 큰 불행을 겪어야만 했다. 두 남매를 남겨두고 세상을 뜨게 되니 우리의 앞날은 캄캄하기만 했다. 이렇게 삶이 허무할 수가 있을까 이렇듯 무의미한 삶을 왜 사는 것일까? 이런 생각에 인생의 무상함과 삶의 회의를 느껴 허무주의에 빠져 모든 의욕을 잃고 슬픔과 실의의 나날을 보냈다. 집안이 이렇게 되자 나는 집안을 이끌어 나가야 된다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도리어 좌절과 실망으로 무의미한 나날을 보냈던 것이다.
세상은 공평한 듯 같으면서도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남편의 사랑을 옳게 받아보지 못한 내가 아이들에게 어머니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 걱정이다. 아빠의 정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 남편의 숨결이 곳곳에 스며있는 물건들을 내 손으로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아이들에게 아빠의 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남들에게는 예사스럽고 평범한 어머니란 단어가 지금의 나에게는 생소한 느낌마저 든다. 아무리 손을 뻗쳐 잡으려고 애써도 잡히지 않는 너무도 먼 곳에 있는 남편의 모습이 나의 뇌리 속에 자꾸 떠오르곤 한다. 나도 언젠가는 훌륭한 어머니가 되겠지. 미래의 내 자식들만은 아빠의 정을 갈망하면서 불쌍하게 자라지 않도록 남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주님께 기도를 드리며 훌륨한 어머니가 되고자 굳게 다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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