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교리반이 같을 수 없듯이 교리 교육은 듣는 이의 수준에 맞게 행하여져야 한다. 그런 뜻에서 지성인 교리의 필요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한데 수준에 맞아야 한다는 명제에 문제가 있는지, 가르치는 사람의 수준이 문제인지, 최근의 어떤 지성인 교리에는 문제가 없지 않다.
가령 할머니들 교리에서는 성세상사 안에 그리스도께서『참으로, 실제로, 그리고 실체적으로 계신다』고 가르친다. 영성체에 앞서 그 나름대로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준비하는 것은 그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이른바 지성인 교리에서는『지성인끼리니까 말이지, 이건 형식이요 상징이다. 중요한 것은 나누는 것이다』고 가르침으로써, 본시 헤아리기 어려운 교리를 더욱 믿지 못하게 만드는 일도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일찍이『엎디어 절하나이다. 숨어계신 천주성이여…진리의 말씀보다 더한 진심 없나이다』하는 성체찬미가를 쓴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무지몽매한 바보가 된다.
할머니 교리나 어린이 교리에서는 사제에게 사죄권이 있다고, 고백성사를 통하여 우리의 죄가 깨끗이 사해진다고 가르치면서도, 지성인 교리에서는『지성인끼리니까 말이지, 지금까지의 고백성사는 형식적인 것, 구시대적인 것』이라고 사제들 스스로「고백」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고백성사를 전적으로 하나의「대화」로 동일한 수준에 있는 사람 간의 일종의 심리요법적인 대화로 바꾸어 버리며 이러한 대화식 고백이야말로 지성인에게 어울린다고, 잦은 고백은 성숙한 신앙에 오히려 방해라고도 가르친단다. 저 아르스의 성자,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 하루에 열 시간씩 고해소에 앉아 계셨던 분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교리이다.
그러나 교회가 선포한 성인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야 말로 지성인 신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못된 자세가 아닐런지? 또 무엇이「지성」이며, 그것은 애당초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인지? 믿는 이들에게 묻고 싶은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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