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최고령 사제인 서울대교구 소속의 구천우 신부가 위령성월을 며칠 앞둔 10월 26일 선종하였다. 향년 97세이며 그의 사제생활은 68년 5개월이었다.
그리고 지난 5월 21일 춘천교구장직을 사임, 신병 치료차 고국 아일랜드로 되돌아간 박 토마 주교가 아일랜드 골롬반외방선교회에서 서거하였다. 한국에서 떠난 후 석 달 반만이었다. 향년 69세. 한국에서의 선교사 생활은 40년 간이었다.
박 토마 주교는 66년 춘천교구장에 임명, 지난 5월 교구장직을 사임할 때까지 28년간 춘천교구장으로 일하면서 춘천교구의 토대를 마련한 분이다. 반면에 구천우 신부는 약 70년간 평범한 사제생활로 일관하였으나「평범 속의 비범」을 가르쳐주고 떠난 분이다.
박 토마 주교의 서거는 그가 춘천교구장직을 사임한 후 5개월 만에 닥쳐온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춘천교구는 새 교구장 주교 탄생을 보지 못한 채 교구장 직무대행 체제가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하루 빨리 새 교구장 주교가 탄생하여 교구 사목행정이 정상화되는 길이 돌아가신 전임 교구장의 염원일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박 토마 주교는 교구장 재임시 외국인 선교사 특유의 사목 스타일 때문에 일반에 회자되곤 하였으나 그의 한국 사랑은 지극한 것이었다. 그동안의 구설수는 그의 일관된 한국 사랑 때문이었다. 그는 그것을 교구장직 사임이라는 결단으로 우리에게 명쾌히 보여주었었다.
백수를 눈 앞에 두고 돌아가신 구천우 신부는 평소 그가 비교적 건강이 양호하였음에 비춰볼 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 교회 최고령 사제이며 어른으로서「존재」하는 그 자체로서 우리의 마음을 뿌듯하게 하여준 그의 떠남은 아끼던 보물을 잃어버린 듯한 서운함으로 우리의 가슴을 짓누른다.
20년 전 은퇴 후에도 구천우 신부는 성직ㆍ수도자의 고해 사제로서 큰 몫을 담당하였으며 성목요일 성유축성미사, 사제서품식, 주교서품식 등 각종 교구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 든든한 원로사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후배 사제들에게 말없는 표양으로 귀감이 되곤 하였었다.
1988년 본지에 기고한「노사제의 회고」에서『향후 한국 교회의 진로는 사제들에게 달려 있다. 사제들이 지금보다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참된 그리스도의 신앙을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 구천우 신부의 말씀은 오늘을 사는 사제들에게 지침이 될 것이다.
주여, 죽은 박 토마 주교와 구천우 신부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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