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 참사 마무리가 예상된 시나리오대로 처리가 되어버리고 있다. 다리 중간이 끊어져 버리는 날벼락을 당하고 수십 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희대의 참사가 우리 눈 앞에 벌어져 이 나라가 온통 난리를 쳐댔는데도 관계부처의 과장선에서 몽땅 책임지는 해괴한 결론이 내려져 버린 것이다. 과장이라는 직위가 그토록 높고 중요한 책임을 가진 자리인지 새삼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이번 만큼은 제대로 처리할 것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분노는 아예 허탈쪽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물론 처벌 그 자체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우리의 총체적 문제점이 종합적으로 맞물린 사건이다. 따라서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관례처럼 되어온「홍보용 문책 선」에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국민들의 정서가 그것을 용서하지 못했고 정부의 결심 또한 국민들의 정서를 제대로 읽은 듯했다. 그러나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분류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책임감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성인이라면 그 책임의 무게는 더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고 그것은 참으로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책임과 문책은 국민들의 몫으로만 남아있는 것 같다. 엄격한 법 조항은 힘없는 국민들에게만 적용되는 것 같고 정작 국가적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과 처벌은 지나치게 유약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법은 이번 성수대교 사건을 필두로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저지른 온갖 범죄와 경제 사범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공무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국민들의 생명을 우습게 여기는 대형사고가 날마다 터지는 것도 바로 유약하기만 한 법 적용에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부인할 수가 없게 되었다. 심지어 국민들의 먹거리를 가지고 저지른 범죄조차도 우리 법은 너무나 관대하게 다룬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고 이겨내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책임의식을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의 양심을 바탕으로한 책임의식의 회복은 곧 우리 사회에서 실종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그 책임의식은 개인에서부터 가정 단체등 사회의 모든 조직에까지 되살아나야만 할 것이다.
국가 전반에 걸쳐 실종된 모든 책임의식이 살아나기 위해선 정부가 먼저 정부의 책임의식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한 나라를 운영하는 가장에 해당하는 대통령을 필두로 운영위원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의 모든 관리들은 지금 당장 자기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총력을 모아야만 한다.
이번 성수대교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안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너무나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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