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명이 로즈마리인 세살짜리 그 꼬마는 내가 사는 아파트 1층에 외할머니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콤파스로 그린 것처럼 동그랗고 커다란 두 눈은 그 안에 비치는 모든 것을 반기는 듯 언제나 흑요석처럼 맑은 빛을 발하고 있다. 추하고 악한 것도 그 눈동자 앞에서는 아름답고 선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사층인 내 거처로 올라가다가 그 할머니나 엄마에게 붙잡혀 그 집 현관에 들어설 때면 큰 눈을 더욱 크게 열고 앵두 같은 입술에 함박웃음을 담고 쪼르르 내게로 달려오는 것으로도 그것은 증명이 되고도 남는 일이다.
로즈마리는 인심이 매우 후해서 볼을 내밀면서 뽀뽀해 주기를 청하면 볼 뿐 아니라 입술에도 기어코 뽀뽀를 해주어야 직성이 풀린다. 달라고 손을 내밀면 제 입으로 가져가던 과자도 이쪽 입에 직접 넣어준다. 그리고는 만족스레 웃으면서 손뼉을 친다. 무엇이나 잘 먹는 로즈마리의 배는 언제나 똥똥한데다가 아직도 필요로 하고 있는 기저귀 때문에 엉덩이는 늘 뒤로 튀어나와 있다.
그러나 그런 자기 모습이 무슨 아랑곳이랴? 신명이 나면 두 손으로 춤추는 시늉도 하고 통통한 짧은 다리를 번쩍 번쩍 처들기도 한다. 너무 높이 처들려다가 가끔 넘어지는 실수도 하지만 우는 법이 없다. 공연히 칭얼대거나 보채는 일도 없다. 배만 부르면 만사태평이어서 그 귀여운 얼굴은 항상 활짝 필 연분홍 장미꽂이다. 품에 안으면 나의 온몸으로 향기가 옮아오는 것 같다.
울적한 기분일 때도 로즈마리의 그 앙증맞은 모습을 떠올리면 절로 기뻐지고 행복해진다. 로즈마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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