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10여 일만에 법무 보사 건설 등 3부장관과 서울특별시장 등이 경질되는 인사파동이 있었다. 이 중 한명은 딸의 특례입학과 관련된 도덕성 시비로, 나머지 3명은 부동산 투기 및 그린벨트 훼손 등의 위법행위로 공직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아직도 우리는 몇몇 각료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는 김 대통령이 자신의 심복으로 심사숙고해서 뽑은 사람들 중에 그처럼 문제성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데 우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이 사회가 얼마만큼 곪아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 볼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청와대 주변이나 정가에서 흘러나오는 말속에는 5ㆍ6공화국 하에서 어느 정도씩 오염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자조적인 얘기도 들린다. 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을 애써 강조하기도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새 정부의 누구도 예외 없이 비리와 부정 등에 어느 정도씩은 오염돼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부정부패 척결이 자칫 잘못하면 「○묻은 개가 ○묻은 개를 나무라는」꼴이 되기 쉽다. 자신의 치부니 부정은 권력의 그늘에 덮어두고 반대세력이나 미운 오리새끼들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결코 안 된다.
따라서 새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은 칼을 빼든 사람들부터 먼저 대상이 돼야한다. 감사원이나 검찰ㆍ국세청 등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부터 자체정화가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어떠한 성역도 인정돼서는 안 된다. 대통령부터 시작한 재산공개는 한 치의 거짓도 없어야 한다.
항간에는 김 대통령의 재산이 20억 원으로 공개되고 황인성 국무총리도 같은 액수로 밝혀지면서 그 액수가 마치 적정선인 것처럼 거론되고 있으나 재산공개에 조작발표는 있을 수 없다. 고위 공직자들로부터 국민 앞에 정직하고 떳떳해야 비로소 다른 사람의 허물도 탓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들과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공개를 앞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과연 어느 선까지 재산을 공개할 것인가 하는 한계와 방법 등을 놓고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모양이다.
왜 자기가 떳떳이 번 돈이면 그 액수가 얼마이든지 전전긍긍 할 까닭이 무엇인가? 부자인 것이 자랑스럽지 못하고 괴롭고 골치 아픈 이유가 무엇인가?
이번에 재산공개를 통해 부정하게 치부한 사실이 드러나면 그 사람은 일체의 공직에서 쫓겨나야 한다. 또 부정하게 번 돈은 마땅히 몰수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범법사실이 드러나면 처벌도 받아야 한다.
며칠 전 일본 정계의 거물인 가네마루가 거액의 소득세 탈세로 전격 구속되고 이태리는 의회기능이 마비될 정도로 부정에 관련된 국회의원 전원을 연행, 심문하는 본보기가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돼서는 인될 일이다. 지금까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내걸었던 세정쇄신이나 부패척결이 이제는 실현돼야 한다. 이 일을 해내지 못하면 31년 만에 출범한 문민정부도 결국 뱃고동만 요란한 난파선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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