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신경이 말하는 바와 다른 방식으로 가톨릭교회의 특징을 표현하자면「진리와 사랑」일 것이다. 교회는 진리에 관한 것이라면 목에 칼이 들어올 지라도 끝내 붙들고 늘어져야 한다. 그러나 사랑에 관한 일이라면, 목에 칼을 들이대는 사람까지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해야 하는 것이 우리 교회의 가르침이다. 교회가 배출한 무수한 순교자들의 삶은 이 점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생활은 점차 본말이 전도되는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은 갈수록 진리냐 아니냐의 문제에는 무심하다. 좋은 게 좋지 않는가, 현대인들에게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식으로 오묘한 진리에 속하는 사항들이 어물쩡 넘어가고 심지어는 이른바 신학자들 손으로 적극적으로 왜곡 부정되기도 한다. 신앙에 속하는 문제가 다수결의 마력으로 처리되고, 죄에 해당하는 것들이 미화되는 일이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이른바 지식인 신자들에게 더욱 심하다.
진리에 대한 태도가 이렇다 보니 사랑이 뒤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감정적인 것의 자기 정당화라고나 할까. 사랑이 이데올로기화하는 것이다.『주사파는 반역자니까.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교회 안에서도 나오고 농성 중인 성당 안에 경찰이 쳐들어오자「경찰 난입 규탄미사」라는 행사가 기획되기도 한다. 사람 사는 세상 말고 저들을 어디로 보내란 말이며 미사는 본질이 사랑일진대「규탄」과는 어울릴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닐런지.
진리와 사랑은 굳게 맞물려있으므로 사랑을 잘 하려면 진리에 대한 믿음이 더욱 선명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혼돈의 시대일수록『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는 저 아름다운 말씀은 이러한 분별력을 전제로 해서만 비로소 생활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글쎄다. 현상에 대한 나의 시각이 제발 독선과 편견에 사로잡힌 기우이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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