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를 따라 나섰던 건 단지 호기심이었다. 입이 비뚤어진 아이, 다리를 저는 아이, 화상을 입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아이.
이 모두가 부모들이 버린 아이들이었다. 정이 그리워서인가 사람이 그리워서인가 처음 보는 내게도 달려와 안아달란다. 손을 잡아 달란다.
코를 흘리고 눈꼽이 끼고 침을 흘리고 있는 아이의 손을 선뜻 잡아 줄 수가 없었다. 내색은 못하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목을 껴안는다.
놀라서 돌아보니 이번엔 몸은 아주 작은데 머리만 큰 아이가 웃고 있다. 돌아갈까 왠지 무서웠다. 그 아이들과 오후 내내 놀아 줄 자신이 없었다. 이리저리 피하다 등나무 밑에 앉았다
『혜미야 손 내밀어 봐. 어휴 이 때 좀 봐 손도 깨끗이 씻고 그래야지 그래 언니가 안아 줄께』
새까만 아이의 얼굴을 부비고 매만지고 쓰다듬는 소녀, 아이의 얼굴은 행복으로 이내 가득 찼다.『언니하고 손 씻고 점심 먹으러 가자』
나도 곧 뒤따라 식당으로 갔다. 자리에 앉았지만 식욕이 나질 않는다. 소녀와 아이가 또 내 앞자리에 와 앉는다. 식판 하나로 둘이 식사를 시작했다. 아이 한 숟가락 먹여주고 소녀도 한 숟가락 떠먹고 또 먹여주고... 마치 엄마가 어린 아이에게 밥을 먹이듯 흘린 밥풀도 떼주고 물도 먹여 주고 입도 닦아준다. 가슴이 찡해온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제 나도 아이들과 함께 놀아줄 수 있을 것도 같다. 눈꼽도 떼 주고 새까만 손도 잡아줄 수 있을 것 같다. 『혜미야 조금만 더 먹자 응?』
소녀의 얼굴이 겨울 햇살만큼이나 너무 아름답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