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나간 김에 서원에 들렀다. 새로 나온 책을 둘러보는 것은 나에게는 잔잔한 물결처럼 번지는 즐거움이다.
그린 쇼핑(Green Shopping)을 늘 염두에 두면서도 푸른평화 환경가방을 또 잊어버리고 그냥 나온 것이 후회스러웠다. 대부분의 서점에서 책을 포장하는 것이 문제 중의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몇 권 사고 나올 때의 일이었다. 서원의 수녀님이 비닐봉지에 책을 담아 주었는데 그 비닐봉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우리의 자연과 땅을 살리려는 생활 속의 실천운동으로써 이 비닐은 자연분해되는 소재로 만들어졌습니다』
아주 그럴듯한 말이다. 백화점에서도 이런 종류의 비닐봉지를 본적이 있다. 과연 이 비닐이 자연 분해될까. 자연분해 될 만한 땅은 또 어디 있는가. 내 생각에 자연분해되는 비닐이든 보통비닐이든 별 차이가 없는 듯하다. 자연분해되는 비닐은 비닐 공해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기술적인 처치로서의 공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현대문명의 문제인 공해를 풀어 나가는 길은 하이테크(Hi-Tech) 즉,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생명의 문제이다.
생명문제는 생명적인 방법으로 풀어 나가는 지혜를 우리는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닐봉지든 분해되는 비닐봉지이든 가장 적합한 방법은 아예 포장을 안 해 주든지 해주더라도 재생종이로 포장을 해주는 것이 훨씬 더 생명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다른 서점들이 매상 때문에 그런 선택을 안 하더라도 바오로 서원만은 생명적인 선택을 고집할 때, 그것이 바로 사도직 수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해마다 많은 책이 출판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나무가 베어져서 종이가 되며,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는 대부분 수입되어 온다. 아직도 재생종이로 책을 출판하는 곳은 드물다. 출판사마다 최고급 종이를 사용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종이는 곧 나무이며, 나무는 인간이 아닌 하느님이 만드신 생명이 깃든 시(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성바오로 출판사를 아끼는 마음에서 간곡한 부탁을 하나 한다면, 1년에 한 두권 정도의 책이라도 재생종이를 사용하면 어떨까? 우리 교회 출판사가 앞장서서 재생종이로 책을 만드는 분위기를 유도하면 참 좋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재생종이는 인쇄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으나,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가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존의 일환으로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것이 작은 일인 듯 하지만 생명사랑에 있어서는 중요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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