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다니는 딸을 둔 교육학 교수가 한 이야기가 있다. 그의 딸이 주일학교 교사를 한다기에 한 번 가서 보았다고 한다. 마침 그 날이 부활절이었는지 한 명의 교사에게 콩나물 시루같이 수많은 아이들이 뭔가를 받으려고 아우성 치는 광경을 본 그는 크게 실망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학교 교육이 부실한 우리 교육 현실에서 교회에서 하는 교육만은 그래도 뭔가 다르기를 기대했던 그 교육학자의 눈에는 학교 교육 현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주일학교의 모습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국가 차원의 교육이 제대로 안 되어 있는데 교회에서 하는 교육은 잘 되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런지 모른다. 그러나 이왕지사 학교와 같이 체계나 규율이 강제적일 필요가 없는 주일학교 교육이라면 얼마든지 아이들 중심의 좀 더 자유롭고 숨통 트이게 하는 교육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10월 2일자「전교주일」가톨릭신문에는 한국 가톨릭의 냉담자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93년 통계로 거주 불명자까지 합쳐「전 신자 중 냉담자 수가 25%에 이른다고 한다. 더 나아가 미사를 빠진다거나 성사를 거르는 등의 신자의 본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을 포함할 경우에는 전 신자 중 약 60%가 냉담자나 다름없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결국 신자 수가 아무리 많아도 사목자가 만날 수 있는 신자들은 전체의 40%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주일학교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교리에 나오는 아이들의 숫자는 점점 줄고 자원봉사할 교사 구하기가 날로 어렵기만 하다.
이와 같은 냉담자 증가의 가장 심각한 요인은 바로 주일학교 교육의 문제에서 온다고 본다. 초등부와 중등부까지 열심히 나오던 학생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차 줄어들더니 고 3이 되면서는 아예 교회 스스로 그들을 사목활동에서 제외시켜 버림으로써 오히려 교회와 발을 끊게 하는 계기를 제공해준 셈이 되었다. 청년 중의 경우에도 갈수록 청년들의 활동이나 숫자로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청년 활동에 대한 사목적 관심이 별로 없는 형편이라 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 이들을 다시 교회로 흡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첫번째로는, 주일학교가 아이들에게 재미 있는 교육 현장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입시와 학력 중심의 중압감 속에서 청소년들의 자율성과 창조성이 무시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주일학교 교육마저 그들에게 짐이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 교육이 당장 개혁되지 않는 한, 아니 학교 교육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주일학교 교육은 그 이전부터 인간 중심, 아이들 중심에 선 교육이었어야 한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심과 동시에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듯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자유의지를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발휘할 것인지, 그리고 개인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교육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주일학교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사회는 정보사회이고 첨단과학의 시대이다. 그들이 접하고 있는 매스미디어나 그 밖의 사회 변화는 21세기를 향해 달려가는 정작 변화에 앞서가야 할 교육 현장은 아직도 1950~60년대와 달라진 게 없다면 지나친 과소평가일까. 주일학교의 교육환경 역시 교실이나 교육 기자재, 교육 방법이 체계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현지의 교리 교육은 대부분 교재를 중심으로 교사의 강의에 의존하고 있다. 비디오를 본다거나 하는 시청각 교육은 어쩌면 교리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교리의 대용으로 이용되거나 교사들 자신부터 미디어에 대한 교육적 소양이 부족해 시설이 있어도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여기서 교육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가를 심각하게 재평가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사실 교회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이 교육에 투자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소모적인 것이 아니라 교회의 일꾼을 재생산하는 데에 정말 가치 있게 쓰여지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세 번째로는 위와 같은 교육을 이끌어갈 교사들의 전문성의 문제이다. 교사의 전문성 문제는 아마도 몇 년에 걸쳐 거듭 강조되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사항인 듯하다. 현재의 자원봉사자인 주일학교 교사는 비전문적이어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수명이 단명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사회가 상업화될수록 자원봉사자의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요즘, 그들에게 자원봉사의 중요성과 가치를 심어줄 교육이 요구된다. 또한 각 본당에서는 자원봉사자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교사연합회 등의 중앙교육센터 만큼은 전문적인 교리 교사들로 구성되어 각 본당 교사들에게 교육적 차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최근 국가적 차원에서도 국제화에 걸맞는 인재 양성이 중요시되고 있는데, 현재의 주입식 교육에서는 창의적인 인간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리 교육이 여전히 지식 전달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 교육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교리교육쇄신위원회」와 같은 위원회를 구상하여 지금까지의 교리 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평가, 반성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교리 교육의 질적 개선과 체제 개편을 위한 작업을 과감히 단행해야 한다. 한 교회의 교육 투자는 얼마나 되는지, 그것이 또 얼마큼 효과적으로 이용되는지, 학생들의 요구는 무엇인지 등 교리 교육에 대한 보다 총체적이고 과학적인 평가작업이 이루어져야 교회 운영도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도 각 본당 사목자들의 인식 변화와 열린 사고가 전제되어야 한다. 타 본당과 정보 교환을 통해 성과들을 서로 교류하고 변화를 수용하고 이를 자기화시켜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