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중 예비자 일일피정이 있었다. 신부님은 한 사람 한 사람 성당에 입교한 동기를 설명하라고 하셨다. 여러 입교 동기가 있었다.『성당 옆에 살아서…』『친구가 권하길래…』『죽음이 두려워서…』『그레고리안 성가가 좋아서…』
내 차례가 되어 그동안 천주교와 나의 관계 또한 내게 닥친 육신의 고통 죽음에 대한 고통 가족들의 권유 등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많은 박수 속에 내 자리로 돌아오면서 걸상에 앉아 있는 신부님을 힐끗 보았다.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고 있었다.
우리는 피정을 끝내고 성당으로 자리를 옮겨 미사를 드렸다. 신부님 강론 중 말씀에서『여러분은 여러분이 주위 환경에 의해 여러분이 그리스도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주님을 택한 것이 아니라 주님이 여러분을 택하신 것입니다.』
나지막하게 말씀하신 이 한 마디가 나에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나를 택해 주셨다니…』하며 물끄러미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성당에 다니는 것을 우스꽝스럽게 생각한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가슴 속에 있는 자신을 버려야 우리는 그리스도를 영접할 수 있다는 말씀이 너무도 감동적으로 가슴에 와닿았다.
또한 늦게 주님을 찾았어도 주님은 먼저 온 형제자매와 같은 구원을 주신다는 것이다. 이것을 설명해 주실 때는 포도원 일꾼과 품삯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포도원 주인으로 비유한 예수님의 품삯은 아침에 온 일꾼이나 저녁에 온 일꾼이나 한 데나리온을 주신 것이다.
즉 주님께서는 늦게 무릎을 조아리는 우리에게도 구원을 주신다는 확신을 갖고 신앙심을 키워 나가라고 말씀하셨다. 이 성서를 읽어 내려갈 때 이것은 나를 위한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신부님은 그리스도를 찾아 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스도는 하늘에 있는 것도 아니요 땅 속에 있는것도 아니며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다. 그리스도를 볼 수 있는 마음의 눈 즉, 영적인 눈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예를 들어『과일 행상을 하는 할머니가 경비원에게 쫓기어 다니다 넘어져 과일 바구니에서 흘러나온 과일들이 땅 바닥에 뒹굴 때 어느 여학생이 말없이 그 과일을 바구니에 담는다면 그가 바로 그리스도가 아니겠는가』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여태껏 추상적으로만 생각했던 그리스도가 구체화되고 나도 그리스도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겪은 그리스도에 대한 체험을 발표할 기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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