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번에 대구백화점 앞에서 생명운동 캠페인을 펼쳤다. 처음에는 좀 부끄럽게 느꼈지만 시민들의 호응에 자신감을 얻었다. 내가 놀란 것은 태아에 대한 시민들의 무지였다. 낙태 비디오를 보고 모두들 무척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이러한 당황과 무지는 성교육의 빈곤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 우리 교회 역시「태아 발 배지」만 달아줄 것이 아니라 성은 거룩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임을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낙태는 잘못된 성관계의 결과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예방하는 것이다. 산아조절의 그릇된 방법들도 드러내면서「자연 주기법」이용의 타당성도 시민들과 중고생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함을 이번 캠페인을 통해서 느끼게 되었다.
태아만 생명인가? 낙동강도 생명이고 가정도 생명이고 사형수도 장애인도 우리 밀, 콩도 생명이 아닌가? 이제부터 생명수호 캠페인을 할 때에는「태아 발 배지」만 들고 나갈 것이 아니라 우리 토종부터 살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함께 들고 나가자. 인간중심주의적 구원관에서 탈피해야 한다. 우리 교회가 개인 영혼 구령에 집착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구 파괴의 사상적 근거를 제공한 셈이다.
이번 캠페인에서 또 한 가지 드러난 것은 사형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냉소였다. 나쁜 놈은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보복적 형벌론이다. 나쁜 놈들을 모조리 죽인다고 하여 범죄가 예방된다고 믿는 것은 큰 착각이다. 되레 범죄만 더욱 폭력적이 될 뿐이다. 마지막까지 용서할 수 없다는 법이 있는 이상 우리 사회는 증오와 적대감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 있어서는 군사정권이나 문민정권이나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우리 사회의 평화는 정부의 극형 처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용서에서 나온다.
평화신문의 사설에서 본 것이지만 흉악범의 죄들은 대부분 결손가정에서 그 씨앗이 싹 텄다는 사실의 보도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것도 문제라고 생각된다. 모든 흉악범들은 결손가정에서 나오는가? 문제의 원인을 개인이나 그 가정에만 탓하지 말자. 근원적인 진단과 처방이 아쉽다. 우리 사회의 범죄는 한국적 자본주의의 부패에서도 나오지 않던가? 중산층화 되어가는 교회의 모습은 또한 어떤가? 어항에 썩은 물고기가 있는데 그 고기만 빼낸다고 하여 물이 맑아지는 것은 아니다. 어항의 물 그 자체를 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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