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퍼게스(HㆍSchipperges) 는 그의 저서「의학기술과 의사윤리」에서 의사에게 바라는 환자의 기대를 세 가지로 요약하였다.

첫째, 가능한 측면에서의 훌륭한 치료 둘째, 환상적인 치료기술의 가능성이 아니라 인격적인 의사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라는 바탕위에서 질병과 치료에 대한 진솔한 대화 셋째, 모든 면에 있어서 의사의 인격적인 보살핌.

이 세 가지가 다른 어떤 의학적인 기술이나 의료혜택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보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그는「고통과 도움」이라는 관계로 묘사했는데 이는 성서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와 비교될 수 있다고 하겠다. 특히 야스퍼스(K Jaspers)의 말대로「존재적인 통공」, 아픔과 고통의 공유가 의사와 환자사이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3월8일 연세의료원이 발표한 환자권리 장전은 환자의 알 권리를 인정하고 치료과정에서의 선택권을 존중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과연 그것이 어떻게 잘 지켜질 수 있는가가 문제라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의사의 진찰이나 치료에 있어서 부권주의적(Paternalistic)결정으로 인해 무시되어온 환자의 건강치료에 있어 자율적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새롭게 달라질 의료계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하겠다.

더 이상 환자를 단순히 병든 영혼으로, 병든 육체로가 아니라 그 또한 인격을 지닌, 의사와 동등한 한 인간이기에 의사가 지닌 의술이나 지식은 환자를 자신의 종으로 만드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에 대한 책임은 우선 환자에게 있고 의료인들의 직무는 그러한 환자의 책임을 돕는 것이기에 치료의 목적, 치료에서부터 오는 위험과 건강상의 유익함, 다른 치료방법, 결과에 대한 희망, 치료비 문제 등을 환자는 알 권리가 있는 것이다.

또한 영원히 건강한 사람이 없기에 의사 또한 언제가 자신도 환자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기에 매일 맞이하는 환자들의 모습 속에서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치료할 수 있는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항상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이 모든 요구의 근본은 의사의 윤리성이 없이는 채워질 수 없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의료인들의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교육은 그들의 학문적 훈련보다 너무 부족하게 끝나고 있음을 볼 때 의료인 스스로의 반성과 그리고 생명에 대한 존엄성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특히 뇌사 합법화 문제에 있어서 의사가 윤리보다 법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 윤리적 불완전성은 더 쉽게 무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