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천주교 중ㆍ고생들의 절반가량이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보도(본보 3월14일자 3면)는 참으로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교구 성모영보 꼬미씨움이 강동구 7개 본당 중ㆍ고생 9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중ㆍ고등학생 신앙생활 실태보고」에서 드러난 이 사실은 정확히 중학생은 41·2%, 고교생은 35·8%가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와 함께 예수 부활이나 마리아의 동정녀 잉태 등이 믿어지지 않아서 신앙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대답도 중학생이 10·9%, 고등학생이 7·7%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설문조사는 당초 교적상의 모든 신자 학생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선발, 실시하려 했으나 시간이 촉박해 레지오 단원들이 직접 개별 방문조사를 함으로써 일반적인 중ㆍ고생들의 신앙생활 실태조사가 되지 못하고 어머니가 열심한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조사가 됐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중ㆍ고생들의『신앙생활 조사결과는 대상자들이 비교적 신앙이 안정돼 있는 가정의 자녀들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것은 중ㆍ고생들에 대한 교리교육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믿음의 대상인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것은 신앙자체가 정립돼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믿음의 뿌리가 없는데 그 나무가 온전히 지탱될 리 없다.
지금까지 중ㆍ고생들에게 무슨 교리를 어떻게 가르쳐왔는지, 교육의 내용과 방법, 그리고 교리교사의 양성과 자격 등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깊이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중ㆍ고생들의 교리공부에 대한 반응을 보면「신앙생활에 도움을 준다」는 23·9%이고 35·0%가 「그저 그렇다」, 그리고 12%는「시간이 아깝다」고 응답한 것을 봐도 교리교육 자체가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중ㆍ고생들의 믿음에 대한 회의는 미사참례에서도 그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신앙생활 연구소가 2백82개 본당을 조사한 내용을 보면 초등학교 때는 학생의 52·8%가 미사참례 하는데 중ㆍ고ㆍ대학생에 가면 36·2%로 현저히 줄고 있다. 이것은 입시 위주의 교육풍토가 가장 큰 원인(86%)을 차지하고 있으나 또 한편으로 예수 부활이나 성모의 동정성 등에 대한 회의적인 신앙관(9·8%)에도 기인하고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열심한 어머니의 신앙모범이 자녀의 신앙 형성이나 생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움이다. 이것은 어머니들의 신앙이 이지적인 면보다는 감성적인 면이 강하고 내실보다는 외적 활동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오늘의 한국교회 양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 교회가 지금 이 시점에서 염려하고 걱정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화급을 다투어 손을 써야 할 곳은 교회내의 새싹들이다. 이 싹들이 제대로 심어져 잘 자라지 못하면 우리 교회의 미래에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중ㆍ고생들에게 투철한 믿음과 항구한 신앙심을 길러주는 교육이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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