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봄비처럼 내 마음 깊숙히 적셔주는 이름. 작가 최인호씨가 돌아가신 당신의 어머니와 우리들 모두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바치는 이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어머니께 대한 애틋한 연민의 정과 함께 당신의 체온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유난히 자존심이 강한 소년은 또래 친구들의 젊고 예쁜 어머니와는 달리 늙고 세련되지 못한 어머니를 늘 부끄럽고 창피하게 생각했다. 학창시절 담임 선생님께서 어머니를 모시고 학교에 오라고 하실 때마다 있지도 않은 강릉 외가에 가셨다고 늘 거짓말을 하곤 했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우연히 학교에 오시는 것을 보고 너무 놀라고 급한 나머지 학교 온실에 숨어 어머니를 몰래 지켜 본적도 있었다. 자라면서 성격이 괴팍하고 늘 불만이 많던 소년은 어머니와의 잦은 마찰로 그녀의 마음을 쓰라리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릴적 당신의 몸이 피곤하시다 하면 안마도 곧잘 해드렸지만 출가한 후에는 늙고 병드신 어머니께서 아들이 보고파 안마를 빌미삼아 오라는 전화가 와도 바쁘다는 핑계로 무시하기도 했었다.
어머니의 영결미사를 드리는 동안 작가는 난장이처럼 작은 키의 왜소한 어머니께서 일찍 홀로 되셔서 자식들을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고 바르게 교육시키기 위해 헐벗고 힘들었던 희생의 나날들을 생각하며 뜨거운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옆길로 가는 자식을 보시고는 호된 꾸지람과 질책을 서슴치 않으시던 어머니의 가르침이 위대한 교육자의 방법론보다 더 숭고한 사랑의 참교육임을 살아가면서 감지 할 수 있었다.
말년에 이르러 앉은뱅이와 반소경이 되어 비참한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어느 날 꿈속에서 전혀 다른 내 어머니 이전의 천사 같은 모습으로 작가에게 다가올 때 정녕 어머니께서 주님의 딸로 돌아가셨음을 굳게 믿고 가슴이 한없이 벅차올라 무릎 꿇고 기도하는 장면을 보고 나는 뜨거운 전율을 느꼈다.
이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입관할 때 항상 안티푸라민 빈 약통 안에 들어있는 어머니의 체취어린 묵주를 고이 오래오래 간직하고파 남겨두고 작가가 세례성사 때 대부님에게 선물 받았던 자신의 그 묵주를 어머니의 싸늘한 손목에 감아 드리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지금도 작가는 그것을 만질 때마다 어머니를 한없이 느낄 것이다. 다시 한 번 어머니의 참사랑을 생각하며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추스려 본다. 어머니가 불러 주시던 사랑의 자장가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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