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제화ㆍ개방화의 바람을 타고 우리 기업들이 국경없는 즉 보호막이 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직면하여 생존 전략을 짜내기에 바쁘다. 그래서 요즈음 기업계에서 리스트럭처링 리엔지니어링, 품질 경영, 벤취마킹 고객 만족 경영 등의 용어가 범람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유행되는 경영혁신 프로그램이「고객 만족 경영」이라고 하겠다. 어떤 기업그룹은 서류의 결재난에 고객이「사인」을 하는 난을 만들어 고객 최우선의 의지를 보이기도 하고, 재벌의 총수가 어깨띠를 두르고 직접 주유소에서 주유를 해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TV나 신문 광고 문안에도「고객 만족」이란 용어가 수없이 튀어나온다. 어떤 경제 단체에서는 고객 만족 경영대회를 열어 우수 기업에 대해서 시상을 하기도 한다. 종업원들이 가슴에「고객 만족」이라는 패를 달고 다니기도 하고, 친절교육ㆍ예절교육을 시키고 백화점이나 은행 창구 여직원들은 아침마다 절하는 연습을 몇 번씩 하기도 한다.
이런 외형적 변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젠 정말「고객이 왕」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기업에서는 이렇게 고객만족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고객의 편에서 과연 만족하고 있는 것일까.
기업에서 바라는 만큼 고객의 만족도는 향상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제기해보는 이유는 우리가 진정으로 고객 만족을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을 뒤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을 내부 고객과 외부 고객으로 나눌 수 있다. 내부 고객이란 기업 내 종업원들을 가리키는 것이고, 외부 고객이란 바로 지금 한창 고객만족운동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기업 외 고객들을 말한다.
그런데 외부 고객의 만족은 내부 고객이 만족하여 그 넘치는「만족」을 외부 고객에게 전해야 제대로 된 고객 만족이 이루어질 수 있는 법이다. 기업 내 종업원들이 불평 불만이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과연 외부 고객에 대하여 진심으로 마음을 다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겠는가.
사정이 이러함에도 고객만족운동을 전개하는 경영자들이 이 점을 간과하고 무조건 외부 고객에 대하여 만족을 주라고 외쳐 봐야 그것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무릇 경영의 대상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두 사람 이상이 모인 조직이라면 비록 영리를 추구하지 않더라도 경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학교, 군대, 공동기관, 병원, 교회 등도 경영이 필요한 조직이다.
우리 교회도 이제는 고객 만족 경영의 개념이 도입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 교회의 내부 고객은 신자들일 것이고, 외부 고객은 비신자들, 즉 우리의 선교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라고 하겠다.
또 교회 내 여러 신심 단체나 평신도운동 단체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내부 고객은 그 단체에 속해 있는 사람들일 것이고, 외부 고객은 아직 그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신자들이나 비신자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도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성직자나 평신도 모두가「고객 만족」이라는 관점에서 한 번쯤 우리의 자세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교회 내 내부 고객들이 먼저 만족을 얻어서 이 내부 고객들이 힘을 합쳐서 외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우리 교회는 하느님께서 교회를 세우신 목적대로 훌륭하게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선 내부 고객을 만족시키기위해서는『너희 중에 제일 높은 사람은 제일 낮은 사람처럼 처신해야 하고 지배하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처럼 처신해야 한다』(루가 22, 27)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실천하는 데 있지 않을까. 또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주일날 강론을 들으러 가는 신자들에게 정치ㆍ경제문제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넘기고 하느님 말씀에 목 말라 하는 신자들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시원한 신앙의 샘물을 공급해 주실 수는 없는 것일까.
그것도 예수님께서 하셨듯이 비유를 들어 쉽게 이야기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평신도운동 단체의 소속원들도 진정으로 운동의 목표를 이해하고 사명감에 불 타서 단체 내부에서 만족한 가운데 이웃에 사랑을 전하고 있는지, 또 구성원들이 섬김을 받기보다 서로 섬기려하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그 다음 외부 고객 만족을 위해서는『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루가, 6, 31)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대로 우리의 선교 대상들에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리 고객의 니즈(Needs)가 무엇인지 모르고 무조건 하느님의 말씀이니 또 진리이니 따르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고객이 바라는 바는 바로 내가 받기를 원하는 것이라는 자세로 우리가 선교활동을 전개해가는 것이 바로 교회에 있어서는「고객 만족 경영」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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