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를 마친 후 현관 앞에 빙 둘러서서 정겨운 웃음을 나누는 소리에 호기심이 동하여 다가가 보았더니 꼬마들과 열심히 가위, 바위, 보 시합을 하시며 주머니의 사탕을 내어주시는 새로 부임하신 신부님을 뵙고 20여년 전 나의 주일학교 시절을 생각했다. 아이들이 모인 곳에서 쉽게 모습을 뵐 수 있었던 본당 신부님께서는 신부님 흉내를 내며 짓궂게 장난을 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셨기에 친구들과 모이면 신부님께서 안 오시나 하는 기다림이 있었다.
그 기억 속에 흐뭇해 하는 동안 꼬마 친구들 손에는 사탕이 한 개씩 쥐어져 있었다. 신부님께 본당 관할 내 공동체임을 인사드리니『수녀는 낯이 익다』하시는 말씀에『뵈온 지 20년 되었습니다』하니『그러면 그렇지』하시며 지난 시간들의 감회에 젖으시는 듯했다.
내 어린 시절의 한 부분 속에 중요하게 있는 주일학교시절, 그 시절 안에 계신 신부님께서 우리들에게 함께 하는 기쁨과 사랑의 나눔을 가르쳐 주셨고 오늘은 내가 만나는 꼬마 친구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무엇을 가르쳐 줬을까 하는 나의 20년 후의 시간을 생각하고 상상케 했다. 신부님의 넉넉한 사랑의 나눔처럼 함께 있고 나누고 기뻐할 수 있을까….
요즘 꼬마 친구들과 만남은 내 식의 나눔이 아니였나 하는 재점검을 하면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함께 있고, 나누고, 기뻐할 수 있는 그들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내 시간과 의지를 그들에게 한 몫으로 내어주리라는 행동의 언어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에 지금 이 순간도 한 몫을 떼어놓는다. 인생여정을 좀 더 의미 있고 값진 나눔의 삶으로 살고 만나는 이들에게 기쁨이 될 수 있다면 이 세상에서의 내 몫으로 충분하리라는 생각에 짐짓 초로에 접어든 20년 후의 감회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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