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오랜만에 경상남도 시골이 있는 시어머님 댁에 들렸다.
난 시어머님을 이해 못할 때가 많다. 말꼬리 잡으시면서 트집 잡는 건 예사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 나름대로 먼저 볼 일이 있는데도 날 보자마자 『청소해라』하신다. 그래서『예』하고 청소하려면『손부터 씻어라』하신다. 시어머니의 경상도 사투리를 잘 알아듣지 못해 내가 다시『네?』하고 되물으면『네가 가는 귀 먹었구나』하신다. 시어머니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내 마음은 얼음장 같이 차가워진다.
시댁에 있는 시간은 참으로 숨 막히는 시간이었다. 시댁에서 난 빨리빨리 척척 하는 로봇이 돼야 한다. 시어머니의 잔소리 한 마디 한 마디를 들을 때마다 지금까지 시어머니와 진심으로 가까워지고자 애쓴 노력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소리가 내 심장 뛰는 소리에 섞여서 들려왔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속에서 난 계속 시어머님과의 관계를 생각했다. 시어머니를 그렇게 미워만 하고 지금까지 시어머님을 위해 묵주기도는 커녕 흔한 화살기도 한 번 바치지 않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주님의 십자가의 고통에 비하면 나의 이런 얄팍한 분노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뜨거운 눈물을 밤중에 아무도 모르게 삼켰다.『그래 그까짓 거 아무 것도 아니야. 주님의 고통에 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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