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인이 탄생한지 만 8년을 맞는 순교자성월이 지나가고 있다.
한국교회와 신자들이 세계교회의 주시속에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베풀어 지던 장엄한 시성식때의 감격과 영광을 모두 다 잊어버리기엔 너무나 짧은 연륜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성인들과 순교자들의 신앙과 생활이 우리 교회와 신자들의 마음에 구체적으로 자리잡고 생활속에서 체현되고 있는 증거는 도무지 없다는 것이 교계 전반의 평가다.
무릇 순교는 죽음으로써 진리를 밝혀 드러내는, 인간으로써 할 수 있는 최고 최대의 증거행위이다. 확고부도하고 가장 명백한 신앙표현인 이 순교는 또한 하느님의 은총없이는 사실상 행위 자체가 불가능해, 하느님의 활동하심이 가장 명백하게 드러나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세계교회는 초세기부터 순교자를 현양하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문화활동으로 순교자를 기리면서 순교정신이 그 시대와 후세 사람들의 마음과 생활속에서 구현돼 나가도록 힘썼던 것이다.
세계교회의 이같은 역사를 비춰보면서 금년의 한국교회 움직임을 짚어볼때 한마디로 순교정신이 실종된게 아닌가고 의아심을 느낄 정도로 순교자현양에 있어 드러나는게 없었다.
우선, 「성안드레아 김대건과 성바오로 정하상과 동료순교자들의 대축일」인 9월 20일을 전후해 전국각지에서 순교자현양대회를 개최하던 종래의 관례도 금년엔 지역별로는 극소했고 교구차원의 행사도 전국 15개 교구중 불과 몇군데에 지나지 않았다.
외적으로 요란한 것같지만 성지발굴ㆍ단장도 구체적으로 짚어 보면 진척된 곳이 사실상 거의 없다.
84년 시성직 직후 세례식때 한국 성인의 이름으로 영명을 짓거나 신축성당 봉헌식때 성당명을 한국 성인의 이름으로 명명한 예가 많았으나 지금은 이 조차도 크게 뜸해 졌다.
그뿐이 아니다. 시대를 지나 당시 순교자들의 삶을 피부로 느낄수 있는 문학 음악 미술 무용 연극 영화를 통한 현양사업은 연례행사 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분야엔 오히려 2백년 이상된 과거 한국교회 초기신자들에게 배워야 할 판이다. 당시는 조선시대 최고봉의 학자들이 모여 천주학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그 결과가 마음과 사상속에서 영글어 진후 일반인들에게 토착회돼 전달됐고 억압된 시대였지만 3ㆍ4조, 4ㆍ4조로 된 가사로 입에 올리기 좋고 부르기 쉽도록 창작되는 등 그 시대에 맞는 갖가지 방법이 동원됐었다.
신앙이 자유로운 오늘 이 시대의 교회와 신자들은 문화활동과 갖가지 대중 전달 수단을 통해 그리스도교회 사상과 오늘 이 시대의 순교정신들을 전파하는데 마음모으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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