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신앙인이라는 이름이 붙여진지도 이제는 꽤 시간이 흐른것 같다. 국민학교때부터 다니기 시작한 성당이지만 게으름을 피우다가 비로소 얼마전에 성체를 모시게 되었기에 누구보다도 열심이고, 부지런한 신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는 엄마를 졸라 묵주반지를 샀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반지를 굴리며 웅얼웅얼거렸고, 혼자 있을때도 기도문을 외웠다. 그러나 시간이 차츰 흐른 뒤의 내 모습은 무척이나 변해있었다. 나란히 짝지어 놓여있는 초들의 키가 줄어들줄 몰랐고, 손가락에 끼어있던 반지도 그냥 내 손가락에서 편히 쉬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왠지 커보이는 초에 불을 붙여 본다. 그리고 다시는 섣불리 모든 성스러운 것들을 쓸데없는 한낫 장식품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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