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일요일 아침!
서둘러 왜관으로 갈 준비를 하고서 대문을 나선 나는 싱그러운 아침 햇살을 흠뻑 받으며 성당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왜 이제서야 오니?』
나의 단짝 엘리사벳의 외침소리와 함께 내가 성당에 도착한 시간은 6시 40분, 출발 10분 전이었다.
『자 어서 모여요. 1조부터…』
언제 들어도 포근하기만한 수녀님의 맑은 목소리를 들으며 차례로 줄을 선 우리들은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보스에 올랐다.
여러 복사, 그리고 전례부들을 싣고 달리는 버스안은 개구리 소리처럼 와글와글 시끄럽기만 했다. 버스는 그런 우리들을 싣고 약 2시간 30분을 달려 난생 처음 와보는「왜관 성 베네딕도 수도원」이라는 곳에 내려놓았다.
우리는 설레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심스레 발을 옮기며 웬지 모를 기분에 휩싸여 침묵을 지키면서 조용히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자그마한 그러나 아담한 느낌을 주는 성당에 도착하여 조용히 앉아 미사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사시간을 알리는 반주자의 오르간소리,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는 여러 신부님, 수도자들이 입당하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들은 마치 발걸음 하나라도 주님께 바친다는 생각을 하며 걷는지 발걸음 하나 하나도 조심스럽게 정성을 쏟는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미사가 엄숙해지는 듯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신부님의 첫 목소리. 난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뻔 했다. 그곳에선 미사때의 낱말을 마치 노래하듯 하고 있는것이다.
처음 듣는거라 그런지 무척 낯설었다. 그렇게 미사를 시작한 나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사 도중에 하는 기도와 노래를 모두 라틴어로 하는 것이었다. 온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어서 앉을때도 일어날때도 앞의 수도자들을 보고 따라했다.
시간은 흘러 영성체 시간! 바로 세번째의 놀라움을 맛보는 순간이었다.
신부님들이 드시는 성체의 반이나 되는 크기의 커다란 성체, 거기에 성혈까지 찍어 성체를 영했을때 난 마치 그 옛날 예수님과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시간 속으로 들어와 있는듯 했다. 그런 신비로운 기분으로 미사를 마친우리는 도미니꼬 수사님의 도움으로 수도원 이곳 저곳을 도움으로 수도원 이곳 저곳을 구경했다. 우린 다시 한번 놀랐다. 그곳엔 목공소ㆍ출판사 등의 공장, 백합을 기르는 농장, 곡식을 키우는 논밭, 그리고 여러 수도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식당ㆍ병사 등이 있었다. 또한 수도자 가족들이 기거할 수있는 시설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 우리는 놀라움에 가득차 아무말도 못한채 건물만 바라보았다. 그러자 수사님은 길건너에는 피정오는 사람들을 위한 숨박시설도 마련해 놓았다고 말씀하시며 우리를 더욱 놀라게 했다.
다음은 점심시간이었다. 우리는 수도원의 잔디밭에 않아 끼리끼리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식사를 했다. 또한 시원하다는 왜관의 지하수도 마셨다. 그렇게 수사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는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맞이해야 했다. 온통 성서에 관한 이야기로만 가득차 있을줄 알았던 수도원이 이렇게 자유스런 분위기로 이루어져 있어서인지 더욱 정이 가고 아쉬운것만 같았다. 섭섭한 마음으로 버스에 오른 버스안의 우리들에게 손을 흔드는 정다운 수사님들이 웬지 어디선가에서 뵌듯한 그런 친근감이 들었다.
돌아오는 버스안도 처음처럼 떠들썩 했지만 아쉬움을 가득담은 우리들의 마음은 비교적 차분했다. 아마도 왜관 수사님들의 모습으로 인해 멋대로 행동했던 우리들의 모습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서인것 같았다. 그런 우리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버스는 신나게 거리를 내달렸다. 중천에 떠오른 붉은 해가 더욱 눈부시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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