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의 힘을 고칠수 없었던 나의 마음의 병은 그 기도와 자연 요법인 쑥찜기를 통해 서서히 치유되어 갔습니다.
남편의 다리 신경통에 좋다면서 친구분이 사다준 쑥을 뜸을 뜨는 기계가 있었습니다. 별 기대도 없어 하루는 초조하고 두려움 중에 그 쑥찜기의 설명서를 읽어보고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쑥찜기를 단전에 대고 한참을 뜨고 있는데 막혔던 목이 사르르 풀리면서 시원해 졌습니다. 병원문을 두드리지 육개월이 지나서였습니다.
마치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이후 그증세만 나타나면 일손을 멈추고 쑥찜기로 뜸을 떴습니다. 삼십분씩 뜨는것을 처음에는 하루에 세번씩 뜨다가 병세가 호전되면서부터 두번으로 줄였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삼개월을 또고나니 씻은듯이 그 증세는 사라져 갔습니다. 남 보기엔 멀쩡한 듯 하나 처참하도록 무서운 병에서 해방이 되니 불만은 없어졌습니다.
보잘것 없는 작은 버선을 지으면서 어느덧 나는 보람을 찾아 삶의 자리에 서게 자식들을 바라지만 갑자기 돈 없어 고생하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마음속을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겪으며 내가 살아온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게 되었습니다.
무엇에 쫓기듯 정신없이 살아온 세월들이 상처투성이로 다가오면서 회심의 길로 서서히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고통을 허락하시어 바위 같이 굳어진 마음을 산산조각 내시어 부드럽게 만드는 길을 열어주시빈다. 티끌 지음 받은 우리를 티끌로 돌아가게 하시는 길이었습니다.
농부가 씨앗을 뿌리기 위해 땀 흘리며 소를 몰아 쟁기로 땅을 깊숙히 파헤치듯이 굳어진 나의 마음의 밭은 그 서럽고 아픈 고통속에서 뒤집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왜? 함께 겪는 고통에서 모든 화풀이를 내게 쏟으며 고달픈 몸에 정신적인 학대를 가해왔습니다. 가산을 모조리 잃고 병들은 엄청난 사실앞에서 부부의 정 마저 멀어져 가며 냉랭한 분위기만 감돌고 있었습니다. 가장 소중하고 기초적인 공동체인 우리 부부의 관계가 가로 세로 어우러져 짜여진 베를의 천과도 같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처음부터 멸시와 불신으로 시작이 되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결혼한지 사흘째 되던날 낮이었습니다. 팔벼게를 하고 누운 새 신랑이 천정을 응시한채 허탈한 상태로 누워있었습니다. 한복 조끼 주머니에 웬 사진이 비죽이 보였습니다. 무심코 꺼내보니 눈이 가르스름하고 길죽한 얼굴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무가지를 쥐고서 서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순간 나는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이사진 누구의 사진인가요?』 짐작은 하면서도 물어보았습니다. 느닷없이 신랑의 입에서『결혼을 잘 못했어. ○○○와 해야하는건데…』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내뱉듯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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