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제2차 바티깐 공의회가 개막된지 꼭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교회안으로는 쇄신을 꾀하고 현대에 적응하며 세상과의 대화를 선언한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지난 30여년간 현대교회가 이룩한 무수한 변화와 발전의 기틀이 되었다.
이 세상의 속하지는 않지만 이 세상에 살고있는 교회임을 천명한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모든 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 또한 무시할수가 없다. 개인의 구원과 교회 자신의 존재가치를 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한계적 시각에서 부터 벗어나 온세상을 그리스도의 눈으로 바라보게한 바티깐 공의회는 잠자던 교회에 불을 지른 셈이었다.
수천년을 내려온 교회의 전통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버린듯한 것이 바티깐공의회가 준 충격이었다. 그러나 엄밀히 살펴보면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교회의 존재가치에 대한 해석에 있어 시대적 흐름이나 세상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곧 제2차 바티깐 공의회를 통해 교회가 갑자기 변화를 결심한 것이 아니라 교회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냈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엄격한 법도 시대적 변화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수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그같은 사례는 우리 삶의 가까운 곳에서 자주 목격되기도 한다. 적절한 비유가 될런지는 모르지만 제2차 바티깐 공의회야말로 새로운 시각과 해석으로 교회와 그 구성원들이 오늘의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해준다고 말할수가 있는 것이다.
공의회가 몰고온 무수한 변화 가운데서도 교회안에서의 평신도의 위치나 역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실로 파격적이라 할수가 있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세례받은 모든 사람들은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사명, 즉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불림을 받았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모든 하느님의 백성에게 적용이 되는 이 사명은 평신도들이 성직, 수도자와 함께 교회의 사명을 책임진다는 놀라운 선언이었다.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을 필두로 4개의 헌장과「매스미디어에 관한 교령」을 비롯한 9개의 교령, 그리고 3개 선언으로 구성된 제2차 바티깐 공의회 문헌 가운데 일곱번째 교령에 해당하는「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은 현대교회에 있어 평신도들이 반드시 공부해야할 필독서로 제시됐다.
사제요 예언자며 왕으로서 그리스도의 삼중 사명에 대한 평신도의 참여는 한국의 경우 평신도 신앙 운동이라는 도구를 통해 눈을 뜨고 시도되기에 이른다. 현재 한국교회의 대표적 신앙 운동으로 지칭되는 꾸르실료 운동은 제2차 바티깐 공의회 폐막후 한국에 도입 됨으로써 한국교회와 평신도들의 신앙쇄신 운동으로 그 자리를 구축,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공의회 폐막과 더불어 등장한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개념은 솔직히 당시 한국교회의 풍토안에서는 생소한 단어이기도 했다. 계명을 잘 지키고 자기구령을 위한 기도가 중심이 되었던 신앙적 토양속에서 평신도 사도직이란 낯선 용어가 수용되기가 어려웠음은 물론이었을 것이다.
꾸르실료 운동의 한국 상륙은 그래서 시기가 적절했고 때를 맞추었다고 볼수 있는것이다.
필요한 시기에 안타를 날린 한국교회의 꾸르실료 운동이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낯설기만 했던 이 신앙운동은 한국교회 최현대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한국교회의 보편적 신앙운동의 모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꾸르실료의 특성으로 본다면 보편적 운동이 아님은 사실이다. 오히려 지도자나 봉사자를 배출하는 특수 신앙교육 운동에 속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의 시각으로 볼때 꾸르실료 운동은 담당해 왔음을 부인할수 없다. 그러나 25주년을 맞는 오늘, 한국의 꾸르실료 운동은 또다른 도약을 향한 자기결심과 결단의 시간을 가져야만 할것이다. 이것은 오늘의 한국 꾸르실료의 현안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십수년간 한국의 꾸르실리스따들은 꾸르실료의 현안 문제들을 풀기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적 문화풍토에 걸맞는 운동으로서의 토착화 작업과 더불어 참으로 낯설기만하 용어를 우리말로 옮기기 위한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아직 이같은 노력이 뚜렷한 결실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25주년을 맞는 한국의 꾸르실료 운동이 이 점을 좌시하지 않을것은 분명한 사실이라 보고싶다.
마침 한국 꾸르실료 운동 25주년 기념 울뜨레아와 아시야 태평양 회의는 제2차 바티깐 공의회 개막 30주년을 위해 준비된 행사-심포지움과 때를 같이해 열리고 있다. 한국교회 입장에서 볼때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수 없는 이 행사들은 한국교회의 내일을 위한 준비라는 공통점을 역시 안고 있다.
공의회 정신의 구체적 구현의 방법으로 수행되어온 한구의 꾸르실료 운동은 모든 꾸르실리스따들이 꾸르실료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으로부터 25주년을 맞아야 할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세속에 속한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의 사명을 수행해야하는 평신도들의 의무이자 책임일 것이다.
그것은 곧 하느님 백성의 동등한 일원으로서 평신도의 위상을 제시한 제2차 바티깐 공의회의 정신을 삶으로 구현해내는 중요한 방법이기도 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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