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들기전 마지막 몸부림일까? 싱싱한 여름 태양아래 성숙해질대로 성숙해진 초록의 물결이 이어지는데 그 속을 빨간 고추잠자리떼, 주춤 물러선 하늘을 이고 날으고 있다.
이것은 집안의 어느 시골 공소길을 차창밖으로 바라본 풍경이다. 바람을 미끄럼삼아 타고 차속으로 날아드는 어머니 젖가슴처럼 정다운 흙내음, 풀내음은 우리 모두의 고향의 냄새라고나 할까.
오늘은 일요일, 한주일 내내 직장일을 하고 이곳저곳에서 모여온「한형제」회원들과 자매결연을 맺게될 공소를 둘러보는 날이다. 귀중한 휴일을 반납하고 하느님 사랑 때문에 미친(?)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깊게 파인 얼굴의 주름살만큼이나 확고한 신앙의 연륜으로 웃음지으며 맞아주는 공소회장님. 그리고 그 등위로 쏟아져 내리는 초가을의 햇살은 은총처럼 찬란하고 눈이 부시다.
교회사를 훑어보면 언제나 하느님은 필요한 때마다 적절한 성인성녀를 보내 주신 것처럼 가난한 농촌교회를 돕기위해 평신도들로서 자연스레 구성된 한형제회! 일회적인 나눔이 아닌 지속적인 나눔으로 개신교의 개척교회와도 한형제적 사랑을 나누고 있으며 서서히 이웃사랑의 불길이 날로 번져가는 조용한 단체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일요일 오전에 20여명이 바치는 공소예절에 분명히 예수님은 오셔서 미소지으셨으리라. 도심의 으리으리한 대리석 성당에서보다 당신 스스로 가난한 모습으로 오시고 살으셨기에 더욱 편안해 하셨으리라. 또한 예절이 끝난뒤 조촐한 다과를 나누는 초대교회같은 모습에 예수님은 우리 모두의 곁에서 펑퍼짐하게 앉으셔서 투박하신 손으로 같이 음식을 드셨으리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