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셨습니까? 아침에 바닷가를 달리고 와서 이 글을 씁니다. 바닷가의 한쪽 끝에 마련된 휴게소에 잠시 앉아 있으려니 두 마리의 쥐가 풀숲 덤불밑 어디에서인가 튀어나와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쥐를 발견하는 순간 두가지 생각을 동시에 떠올렸습니다. 한가지는 저렇게 작고 하찮은 것들이 이 풀숲 더미에 무수히 숨어있어 지구를 돌리고 있다는 생각, 그 다음 한가지는 나도 웅숭그린 몸짓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두 번째의 떠오름에 대해서, 좀 부끄럽지만 말씀드리지요.
저는「그때」질은 공포에 물들어 있었습니다. 온몸이 매일 그 불안한「공포」에 젖어 있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밤에는 잠도 자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잠이 겨우 들면 이번에는 또 눈뜨는 것이 무서워 억지로 잠을 계속 이어나가곤 했습니다. 택시를 타면 기사가, 버스를 타면 뒷사람이, 시장엘 가면 호박을 파는 아주머니가…심지어는 천정에 걸려있는 전등도 무심코 걱정이었습니다. 의자에 앉아있으면 샹데리아가 무너져 내리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우연히 저는 버스에 타고 있다가 버스의 벽에 붙어 있는 작은 스티커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거기에는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로「예수께 걱정을」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순간, 손잡이에 매달린채 비스듬히 서있던 저의 가슴에 무엇인가「쿵」하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왔습니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그 단순하고, 어찌보면 유치하기까지한, 어떤 언어적 장식도 없는 그 문구가 나의 가슴에 화살처럼 달려와 꽂힌 것입니다.
『예수님은 모든 것을 받아주신다. 예수님의 어깨는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다…』저는 하긴, 저의 불안과 근심과 공포가 예수님 한 몸에 던져짐으로써 해결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이성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 순간 어찌 그리 마음속이 시원해지고, 눈앞이 환히 밝아지던지요.
저는「그때」버스의 손잡이에 매달린채 하염없이 주기도문을 외웠던 생각이 납니다.
그날 이후, 그리스도의 피가 흘린 금정의 씨앗은 나의 가슴 속에도 자리를 잡고 줄기를 열어가고 있다고 할는지요? 무수한 긍정과 작고 하찮은 존재들이 이 무거운 지구를 돌리고 있는 힘임을 이제 믿기 때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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