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국제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에 걸맞게 외국어를 사용해야 할 경우도 따라서 많아졌다.
하기야 우리나라도 이제는 세계 10대 무역국으로 부상을 했으니 외국과의 교류도 그만큼 늘어나 자연세계각국의 말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입장에 놓여있다.
특히 우리 가톨릭교회도 근년에 접어들어서는 각종 국제회의를 자주유치 하고 있는데다 외국에서 열리는 회의에도 참가를 하려다보면 적어도 한두 개 나라말쯤은 구사할 수 있어야 그나마 체면을 유지할 수 있지 그렇지 못할 땐 참가기피현상은 물론 참가자 스스로가 먼저 답답해서 못 견딜 지경이 된다.
지난 8월 24일부터 닷새 동안 우리나라에서 개최됐던 제3차 동아시아평신도 회의 때의 일이다. 이 회의에 참가한 5개국의 사제, 그리고 평신도 대표들 가운데는 심지어 4~5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도 있었지만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 동문서답 내지는 벙어리행세를 해야 할 입장에 놓여있었던 사람도 있었고 때로는 먼 산만 바라보는 이도 있었으니 이들의 마음은 오죽이나 답답하겠느냐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나 역시 해방 전에 써먹다가 이미 40여 년 동안이나 녹이 쓸어버린 일본어를 머릿속에 되새기면서 일본대표들과 서투르게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뿐 이였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때문에 일본대표들과는 나름대로 친교를 나눌 수 있었으나 이밖에 대만이나 홍콩, 마카오등지에서 참가했던 사제, 그리고 평신도대표들과는 눈인사정도, 아니면 때로는 적어도 3~4개국 단어를 갖다 맞추거나 손짓 발짓 등으로 겨우 상대방의 의사를 읽을 수 있는 아쉬움을 남겼다. 지금도 나는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그리고 벙어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외국어를 잘 모르는 바로 내가 벙어리였다는 사실도 이번 기회를 통해 확인했다.
또한 그럴 줄 알았더라면 어렸을 때 외국어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었을 것을 하고 후회를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이 비단 이것뿐이겠느냐….
어쨌든 4박5일간의 보람 있었던 일들을 되새기면서도 한 가지 마음 아팠던 일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나라와 대만간의 단교가 이루어졌기에 대만에서 참가했던 형제자매들의 마음이 괴로웠으리라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특별히 이 글을 통해서 회의 때 언어가 통하지 않아 전해주지 못했던 위로의 말을 전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주님 안에 한 형제라는 사실도 잊지 말자고도 함께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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