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인기프로라는 점에서 변함이 없겠으나 모 TV 방송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군인프로가 한때 시청률 상위를 달릴만큼의 인기를 누렸다. 바로 「우정의 무대」다. 해당 군부대의 소개와 자랑 장병들의 묘기, 장기자랑과 더불어 진행되는, 전통적인 군인프로지만 이 프로가 고급적으로 빠질수 있는 함정을 피할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어머니의 힘」 때문이었다.
이 프로가 황금시간대의 많은 시청자를 TV앞에 묶어 놓을수 있었던 힘이 어머니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은 공감이 가는 얘기다. 소재가 주는 이미지때문에 딱딱한 것으로만 연상되는 이 프로가 어머니 때문에 살았다는 사실은 TV를 시청한 적이 있는 사람에겐 더욱 실감이 나는 얘기일 것이다.
사회자의 수다와 익살, 장병들의 재치와 치기, 그리고 흥겨움이 한데 어우러져 즐거움을 주기는 하지만 이 프로가 갖는 매력의 정점은 한 어머니가 출연하는 데서부터 비롯된다. 눈물이 날만큼 재미가 있고 배꼽을 잡게하는 웃음이 장내를 지배하다가도 이순간 장병들은 어린아이와 같아진다.
그날, 선택된 한 장병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무대뒤에서 들리는 순간 그들의 얼굴은 순진한 어린아이의 것으로 돌아간다. 아니, 사회자가 어머니의 출현을 알리는 그 순간부터 그들은 긴장하고 조바심을 친다. TV 카메라에 클로즈업되는 그들의 표정은 다양하지만 결국은 하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무대뒤의 한 어머니가 내 어머니이기를 바라는 소망같은 것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투박한 이야기가 계속되고 아들을 보고 싶어하는 소박한 열망이 극치에 다다를때쯤 장병들 눈에는 하나같이 눈물이 고인다. 들러리 섰던 장병들의 익살이 끝나 그들 사이로 어머니와 아들이 한 덩어리로 될때 그 어머니는 이미 장병 모두의 어머니가 되어 있다. 어쩌면 TV를 시청하는 모든 사람들의 어머니가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군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우정의 무대」가 오랫동안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어머니라는 특별 출연자의 자연스런 연기력 때문만은 물론 아니다. 심신이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지극히 한국적인 관문이 이 프로의 또다른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시말해 이땅에 사는 모든 가점이 한번쯤은 한명의 군인을 배출했고 또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장병들의 이야기가 내 아들의 이야기가 되고 내 동생, 오빠의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 언젠가 내 남편의 이야기였을 것이고 또 언젠가는 내 아들의 이야기가 될수도 있다는 사실. 그것이 우정의 무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최대의 이점이라고 할수가 있다.
이렇듯 우리의 가정사와 진한 인연으로 연결돼 있는 군대는 우리 교회와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60만 대군(?)모두가 선교의 황금어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교의 황금어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 교회가 군 사목에 발을 내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군대라는 특수한 여건에서 반드시 필요한 젊은이들의 정신적 건강을 교회가 맡아야 한다는 절실한 사명이 보다 중요한 이유가 될수도 있다.
또다른 이유로는 이미 신앙을 가진 군인신자의 사목을 들 수가 있다. 바로 이같은 필요에 의해 우리 한국교회는 1951년부터 군사목에 입분을 했고 현재 40년을 넘어선 가톨릭 군종사를 가지고 있게된 것이다. 한국교회의 군사목의 역사는 같은시대 한국교회의 복음화 과정속에서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 할것이다.
그것은 어려운 시대, 어려운 과정을 함께 겪었다는 얘기와 통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국토와 더 이상 갈곳없이 황폐해진 인간의 심성을 어루만지면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려 했던 그 시대의 교회와 전쟁의 와중에서 탄생한 군사목의 시작은 똑같이 「무(無)에서의 출발」을 뜻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1년 당시 육군본부 인사과에 「군종과」 설치로 시작된 한국 가톨릭 「군종제도」는 오늘날 「군종교구」라는 거목으로 불쑥 성장했다. 일반적인 교구 개념과는 성격이 다른, 특수교구이긴 하지만 군종교구의 탄생은 특수한 여건의 젊은이들을 그리스도의 품으로 모아들이기 위해 땀 흘려온 많은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함축해 보여준다. 「군인주일」은 그중에서도 한국의 군종사목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인 토대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 군인주일이 10월 4일로 25회를 기록했다. 완벽한 성년을 맞은 셈이다. 68년 주교단의 인준을 통해 공식적으로 출범한 군인주일은 군종후원회와 더불어 지난 25년간 한국 군종사목의 윤활유로서 그 역할과 사명을 다해왔다.
군종교구의 출범과 더불어 그 위상이 급부상한 군종사목이지만 아직 제반 여건은 열악하기만 한것은 숨길수 없는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열세한 군종사제의 충원 문제가 그렇고 이들의 사목활동에 필요한 지원문제가 역시 그렇다. 일정한 관할지역이 없는 군종교구의 특수성에 비추어 지역교회의 지원은 필연적일수 밖에 없다.
군종교구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의 훌륭한 조달방법으로서 군인주일은 과감한 변화를 추구해야만 한다. 그것은 한국교회 전체의 결심이 되어야 마땅하다. 많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군종사목이 제 기능을 제대로만 발휘할수 있다면 모든 것이 뒤엉킨 우리사회 역시 변화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25회째 맞는 군인주일은 군종교구의 자립을 위해, 모처럼 강하게 일기 시작한 군인성당 건립붐이 우리의 무관심속에 좌초하지 않기위해, 우리의 마음을 몽땅 하나로 묶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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